1. 문학적 은유란 무엇인가: 인간 사고의 심층 언어
문학적 은유는 단순한 언어적 장치 그 이상이다. 인간은 직접적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 철학, 혹은 세계관을 은유를 통해 간접적으로 표현해왔다. ‘삶은 항해다’, ‘그의 눈은 별처럼 빛났다’와 같은 문장은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하지 않지만, 청자에게 더 깊은 감정적·개념적 연상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은유는 인간의 인지 구조 속 ‘개념적 틀’과 깊은 연관이 있다. 철학자 조지 레이코프(George Lakoff)와 마크 존슨(Mark Johnson)은 저서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 은유』에서 은유를 단지 문학적인 장치가 아닌, 사고의 중심 구조라고 설명했다. 즉, 은유는 인간의 개념 구조를 표현하는 방법이다. 이처럼 은유는 언어적 표현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인간의 세계 이해 방식 그 자체로 기능한다.
AI가 이러한 은유를 해석한다는 것은 단순히 문장을 번역하거나 요약하는 것이 아닌, 인간의 개념 구조에 접근하려는 시도와 같다. AI는 통계적으로 언어 패턴을 분석하여 문맥을 추론하지만, 은유는 그 자체가 통계적 일반성과는 거리가 멀다. 은유는 다의적이고 맥락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그는 동물 같았다’는 문장은 공포, 생존 본능, 혹은 비열함이라는 전혀 다른 정서를 전달할 수 있다. AI는 이러한 다층적 의미와 맥락, 그리고 문화적 함의를 동시에 포착해야 한다는 점에서 해석의 난이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
2. AI가 문학적 은유를 해석하려면: 기술과 의미 사이의 간극
AI가 문학적 은유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언어의 구조뿐만 아니라 맥락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된다. 현재 대부분의 AI 언어모델은 대규모 텍스트 학습을 통해 특정 단어들의 공기어 출현 패턴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의미를 추정하는 확률 기반 언어처리 기술을 사용한다. 대표적으로 트랜스포머(Transformer) 기반의 BERT, GPT, T5 모델은 맥락을 고려한 문장 생성과 요약, 번역에 상당한 성과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들은 여전히 ‘은유의 다층적 의미’를 해석하는 데 있어 완전한 이해를 보여주지는 못한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지식 그래프(Knowledge Graph)’를 활용하거나 ‘개념 은유 프레임(Metaphor Frame)’을 학습시키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지식 그래프는 사물, 사건, 감정, 인간의 개념들 간의 관계를 시각적으로 구조화한 것으로, AI가 은유의 내포된 개념적 연결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예컨대, ‘시간은 돈이다’라는 은유를 해석하려면, ‘시간’과 ‘돈’의 기능적 유사성, 교환 가능성, 소중함 등의 개념을 함께 이해해야 한다. 이때 AI는 단순히 단어 간의 거리 벡터만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개념 간 추론’을 요구받게 된다.
또한 최근에는 GPT-4나 PaLM, Claude와 같은 대형 언어모델들이 ‘사전학습된 시적 은유’를 다량 내포하고 있는 문학 데이터셋을 이용해, 문맥적 감정과 언어의 추상성을 동시에 포착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은유를 해석하는 AI”는 의미와 맥락, 문화, 역사성까지 고려해야 하는 다중차원적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은유가 문화마다 다른 의미를 지닌다는 점은 다국어 AI 모델에게도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3. 문학에서 AI 은유 해석의 실제 적용: 실험과 한계
AI가 문학적 은유를 해석하는 시도는 실제 문학 작품 분석, 문학 교육, 번역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시(詩) 분석에 있어 AI는 운율, 주제, 감정 선을 추적하며 문학적 기법의 구조를 파악하고 있다. 특히 딥러닝 기반의 자연어처리(NLP) 모델은 은유와 직유, 상징 등을 구분할 수 있도록 훈련되며, 이를 통해 시적 의미의 층위를 구분하려 한다. 미국의 스탠포드 대학교나 MIT에서는 AI를 활용한 셰익스피어 희곡 해석 실험이 진행된 바 있으며, 한 편의 시에 사용된 은유가 반복되는 의미구조 안에서 어떻게 변주되는지 패턴 분석까지 수행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에도 불구하고, AI는 은유의 진정한 감정적 울림, 미묘한 정서 표현, 혹은 시대적 맥락에서 파생되는 상징성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한다. 예컨대 김소월의 「진달래꽃」에서 ‘꽃’이 의미하는 것이 단지 식물이 아니라 이별의 슬픔, 희생, 사랑의 내면화된 정서를 함축하고 있음을 인간은 정서적으로 직관하지만, AI는 여전히 이를 확률적 관계로만 추론할 가능성이 크다. 더 나아가 AI는 기존 학습 데이터에서 벗어난 창의적 은유, 즉 새롭게 창조된 비유적 표현에 대해선 여전히 높은 오류율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는 교육적 측면에서 문학 감상의 도우미 역할을 하거나, 비영어권 사용자에게 문학작품을 이해할 수 있는 은유 설명 시스템을 제공하는 데 있어 활용 가능성이 높다. 문학 교육에서 AI가 학생에게 “이 은유는 어떤 감정을 전달하려는 것 같나요?”라고 질문을 던지고 다양한 해석을 제시하는 형태의 상호작용적 감상 도우미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은 분명히 존재한다.
4. AI와 은유의 미래: 감성지능을 향한 언어 실험
AI가 문학적 은유를 완전히 이해하게 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단순히 기술의 진보를 넘어, AI가 ‘감성지능(Emotional Intelligence)’을 가질 수 있느냐는 본질적인 의문을 포함한다. 은유는 이성뿐 아니라 감정, 문화적 경험, 역사적 배경까지 복합적으로 얽혀있는 언어 형식이다. 따라서 AI가 진정한 의미의 은유를 해석한다는 것은 인간처럼 감정을 ‘이해’하고, ‘상상력’을 통해 새로운 개념을 유추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
현재의 기술 흐름은 AI가 점점 더 인간의 언어를 모방하고 있으며, 일부 모델은 인간보다 더 많은 문학작품을 학습해 유사한 표현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생성”의 영역일 뿐 “이해”의 영역은 아니다. 은유를 진정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그 말의 ‘왜’를 알고, ‘어떤 맥락에서 그렇게 표현되었는지’를 추론하며, 더 나아가 ‘그 표현이 독자에게 어떤 감정을 유발할 수 있는지’를 고려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러한 방향성을 따라가기 위해, 감정 분석(Emotion Detection), 서사 흐름 추적(Narrative Flow Analysis), 창조적 비유 생성(Creative Metaphor Generation) 같은 기술이 통합된 다중모달 AI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특히 이미지와 언어를 결합한 멀티모달 학습은 시적 이미지나 시각적 은유를 더욱 풍부하게 해석할 가능성을 열어준다. 예컨대 한 시의 내용을 기반으로 시각적 이미지를 생성하고, 그 이미지의 구성을 해석해 시적 표현의 은유적 함의를 다시 역추론하는 과정이 연구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AI는 문학적 은유를 ‘모방’할 수는 있으나, 인간처럼 ‘감정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여전히 먼 미래의 이야기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을 통해 AI가 인간 감성에 한 걸음 더 다가가고, 인간의 언어를 단순 정보가 아닌 예술로서 해석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 점에서 문학적 은유는 AI에게 있어 가장 깊이 있고 철학적인 시험대이며, 동시에 인간과 기계 간 감성적 교류의 가장 핵심적인 통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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