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 미래 기술 트렌드 분석

분쟁 예측 알고리즘의 국제법 적용 사례

dohaii040603 2025. 6. 16. 22:02

1. 인공지능과 분쟁 예측의 결합: 기술이 평화를 가늠하다

21세기에 들어서며 국제사회는 갈등의 국지화, 디지털화, 그리고 예측불가능성이라는 삼중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국경 분쟁, 내전, 테러리즘, 해양 영유권 충돌 등 다양한 유형의 분쟁이 실시간 정보와 사이버 공간을 기반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조기 예측과 대응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주목받는 기술이 바로 인공지능 기반 분쟁 예측 알고리즘이다. 이 알고리즘은 빅데이터, 기계학습, 자연어처리(NLP) 등의 기술을 활용하여 과거의 분쟁 데이터와 외교 문서, SNS 여론, 위성 이미지 등 복합적 요소를 분석함으로써 분쟁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식별하려는 시도다.

특히 미국의 정치 리스크 분석 기업인 Pax Analytics나 PeaceTech Lab은 AI를 활용한 분쟁 예측 시스템을 개발해왔고, UN, NATO, EU와 같은 국제기구는 이 시스템을 분쟁 조기 경보체계(Early Warning System)에 시범 도입하고 있다. 알고리즘은 해당 지역의 정치적 불안정 지표, 경제적 불균형, 지도자의 발언, 군사활동 수치 등 300개 이상의 변수와 패턴을 기반으로 분쟁 발생 가능성을 확률적으로 산출한다. 예컨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를 전후로 하여 유럽 내 군사 배치, 외교적 레토릭, 온라인 여론 등을 실시간 분석함으로써 긴장 고조를 조기 탐지해내는 데 일정 부분 성과를 보였다.

 

분쟁 예측 알고리즘의 국제법 적용 사례


2. 국제법적 적용의 쟁점: 알고리즘이 법적 근거가 될 수 있는가?

AI 기반 예측 결과가 실제 외교적 의사결정이나 국제 분쟁 대응에 활용되기 위해서는, 그 결과물이 국제법적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국제법은 인간 중심의 법적 책임과 행위 주체 개념을 전제로 구성되어 있어, 비인간 주체인 AI 시스템의 판단이나 예측을 국제법상 “신뢰 가능한 증거” 혹은 “합리적 대응의 근거”로 인정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란이 있다. 즉, AI가 분쟁의 가능성을 78%로 예측했다고 해서, 이를 바탕으로 선제적 외교적 압박 조치나 군사적 억제 전략을 취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이러한 문제는 특히 **국제인도법(IHL)**과 유엔 헌장 2조 4항의 무력사용 금지 원칙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예측이란 본질적으로 확률 기반이며 불확실성을 포함하기 때문에, AI 예측 결과를 근거로 행동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국제법적 책임, 즉 오판에 따른 부당한 침해 혹은 예방 실패에 따른 국가책임의 문제도 발생한다. 현재로서는 AI의 판단은 보조적 참고자료로 간주되며, 국제형사재판소(ICC)나 국제사법재판소(ICJ) 등의 판단 근거로 활용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3. 분쟁 예측 알고리즘의 실제 적용 사례: 지역별 접근

AI 분쟁 예측 기술은 특정 지역에서 실질적인 사례로 점차 확산되고 있다. 첫 번째로는 아프리카 대륙에서의 활용이다. 예를 들어, 르완다 정부는 2021년 이후 지역 치안과 종족 간 갈등 관리에 있어 AI를 활용한 조기경보 시스템을 도입했다. 인공지능은 현지 SNS와 뉴스 기사의 텍스트 분석을 통해 특정 지역에서의 분노, 증오, 폭력 조장 발언의 증가 패턴을 실시간으로 탐지하고, 위험 지역을 분류하여 사전에 중재 인력을 파견하는 데 사용되었다.

두 번째 사례는 동아시아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의 적용이다. 국제 NGO와 연구기관들이 AI를 활용해 위성영상, 항행 기록, 통신 교신 분석 등을 통해 군함 배치와 항공 정찰 활동의 증가 추이를 모니터링하며, 특정국의 무력 도발 가능성을 예측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해당 예측 결과는 ASEAN 공동 대응체계 및 유엔 해양법 재판소에서 사전조정 수단으로 검토되기도 했다.

세 번째로는 미국 내에서의 사이버 안보 위기 시나리오 예측이다. 미국 국토안보부(DHS)는 AI 기반 시스템으로 해외에서 유입될 수 있는 사이버 공격 징후를 미리 탐지해 방어 체계를 작동시키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해당 AI 결과가 국가 간 사이버 공격 책임 귀속 논쟁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예측 알고리즘이 공격자 국가를 특정한 경우, 외교적 책임이나 제재 근거로 제시되는 상황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4. 국제규범 수립을 위한 과제와 미래 전망

AI 기반 분쟁 예측 기술이 국제법 체계 내에서 정착되기 위해서는, 기술적 신뢰성과 윤리성, 법적 책임 구조, 국제적 합의라는 세 축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알고리즘의 투명성 확보다. 예측 결과가 외교적 혹은 군사적 의사결정에 사용되려면, 해당 알고리즘이 어떤 방식으로 결론을 도출했는지 설명 가능해야 하며, 이를 제3자가 감시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 즉, “블랙박스 AI”로는 국제사회에서 법적 효용을 갖기 어렵다.

또한, 국제사회는 예측 실패에 따른 국가 간 책임 배분 원칙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만약 AI의 예측을 신뢰하여 한 국가가 방어적 조치를 취했으나, 결과적으로 불필요한 충돌을 초래했다면, 이는 누구의 책임인가? AI 개발 기업, 운영자, 혹은 이를 정책 결정에 반영한 정부 중 어느 주체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대한 국제적 컨센서스가 필요하다. 유엔은 이를 위해 ‘AI와 국제평화에 관한 가이드라인 초안’을 논의 중이며, 2030년까지 분쟁예측 알고리즘의 표준화 및 검증체계 도입을 목표로 한다.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AI 기반 시스템이 단순한 예방 기술을 넘어, 국제중재나 분쟁 해결의 중립적 자료로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려 있다. 예컨대, 중재위원회나 국제재판소가 각국의 AI 분석 결과를 증거 자료로 인정하고, 다양한 AI 알고리즘이 상호 비교 평가되며 분쟁에 대한 객관적 판단 근거가 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