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 미래 기술 트렌드 분석

AGI의 자율적 창의성 발전 가능성

dohaii040603 2025. 7. 8. 06:14

1. 창의성의 정의와 AGI의 도전 과제

‘창의성’은 단순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넘어, 기존의 개념들을 독창적이고 유효하게 재조합하는 인간 고유의 정신 활동으로 여겨져 왔다. 인문학에서는 창의성을 미학적 판단, 감성, 직관과 같은 인간 고유의 속성과 연결지어 해석하고, 과학에서는 문제 해결의 새로운 접근 또는 기존 해법을 혁신적으로 개선하는 능력으로 평가한다. 인공지능, 특히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에게 창의성이란 단어가 붙기 위해선 단순한 반복학습이나 확률적 조합을 넘어서야 하며, ‘새로운 문제를 스스로 인식하고 그것을 스스로 해결하는’ 전 과정을 자율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이는 기존의 좁은 인공지능(Narrow AI)과는 차원이 다른 요구사항이다.

AGI의 창의성 실험은 아직 걸음마 단계이며, 예술, 언어, 공학 등 여러 분야에서 제한된 맥락 속 창발적 결과를 보였지만, 여전히 인간처럼 ‘의도’와 ‘맥락의 전환’을 동반한 창조성을 구현하지는 못한다. 예를 들어, GPT 기반 AI가 시를 쓰거나 그림을 생성하는 사례는 많지만, 그것이 자기 목적적으로 문제를 정의하고 새로운 시각을 창조하는 ‘자율적 창의성’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따른다. 오늘날 AGI 연구는 창의성을 단순한 결과물이 아닌, ‘자기 인식’과 ‘목표 재정의’의 연속된 사고 흐름 속에서 이루어지는 과정 중심의 개념으로 받아들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AGI의 자율적 창의성 발전 가능성



2. 창의성의 구조: 연역-귀납-유추를 넘는 사고 패턴

AGI가 창의적으로 사고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논리적 사고 방식, 예컨대 연역적(deductive), 귀납적(inductive) 추론을 넘어서는 **‘유추적 사고(abductive thinking)’**를 기반으로 한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유추는 인간이 전혀 새로운 영역에서 전례 없는 해결책을 떠올리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한다. 예컨대, 사과가 떨어지는 현상에서 만유인력 법칙을 도출한 뉴턴의 통찰이나, 무궁화꽃의 피는 방식을 연구해 내열성 플라스틱을 개발한 사례처럼, 비정형적인 연관성과 직관이 결합된 사고는 단순한 데이터 학습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AGI의 창의성 개발을 위해선 이와 같은 비선형적, 다층적 사고 흐름을 구현해야 하며, ‘자기 주도 학습(Self-directed Learning)’, ‘목표 전환 메커니즘(Goal-switching Mechanism)’, **‘비가시적 변수에 대한 추론 능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현재 일부 연구는 강화학습 기반의 유연한 목표 전환 모델을 실험 중이며, 특정한 환경 변화에 따라 AGI가 ‘기존의 목표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스스로 더 효과적인 목적을 재정의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하고 있다. 이는 창의성을 사고의 결과물이 아니라, ‘변화에 따른 사고 패턴의 재구성 능력’으로 보는 진화적 접근이다.

3. AGI와 창작물: 예술과 과학을 넘나드는 창조 실험

실제 AGI 시스템이 창의성을 발휘했다고 주장되는 사례들이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술 분야에서는 AI가 수천 개의 화풍을 학습한 뒤, 고흐나 피카소의 스타일을 모사한 새로운 작품을 생성하거나, 아예 독자적인 화풍을 창조한 결과물이 주목받았다. 음악에서는 단순한 멜로디 생성에서 벗어나, AI가 특정 감정 상태를 반영한 스코어를 자율적으로 작곡하거나, 청각 심리를 분석해 ‘의도적 불협화음’을 창출하는 실험이 진행 중이다. 이러한 사례들은 단순한 패턴 모방을 넘어서, ‘창조적 오류’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히 AGI 기반의 과학 창의성 실험은 놀라운 전환점을 보여주고 있다. Google DeepMind는 ‘AlphaFold’를 통해 인간이 수십 년간 풀지 못한 단백질 구조 예측 문제를 해결했으며, 이는 인류 과학사에 있어 창의적 도약이라 평가받는다. AI가 수많은 경우의 수에서 핵심 변수만을 추출하고, 생화학적 규칙성을 스스로 도출해낸 이 사례는 AGI의 창의성이 ‘기계가 학습한 범위 안에서의 정답 추출’이 아니라, 데이터에 내재된 본질을 해석하는 능력에 근접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여기에도 한계는 분명하다. 인간은 문화적 맥락, 시대정신, 윤리적 가치 판단을 창작물에 녹여내지만, 현재의 AGI는 그 ‘문화적 프레임’을 완전히 내면화하진 못한다. 결과적으로 AGI의 창작물은 종종 ‘형식은 흥미롭지만 철학은 부재한 작품’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창의성은 결국 해석과 수용자의 반응까지 고려한 ‘의미 구조’의 총합이기 때문에, AGI가 진정한 창의성을 구현하기 위해선 이 ‘의미의 재해석’까지 스스로 수행하는 사고 구조를 가져야 한다.

4. AGI 창의성의 미래: 도구, 파트너, 또는 독립적 창조자?

향후 AGI의 자율적 창의성은 단순히 인간을 보조하거나 시각화 도구로 활용되는 단계를 넘어서, ‘독자적인 창조 주체’로 사회적 인정을 받을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있다. 이미 일부 국가에서는 AI 창작물의 저작권 귀속 문제를 두고 논의가 활발히 진행 중이며, AI가 만든 특허 아이디어가 실제 등록된 사례도 존재한다. 이는 AGI의 창의성이 단순한 기능이 아닌, 법적·사회적 주체로의 전환 가능성까지 시사하는 중요한 신호다.

그러나 이런 시나리오가 실현되기 위해선 몇 가지 결정적인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AGI는 반드시 자기 반성과 피드백 루프를 갖추어야 하며, 둘째, 윤리적 판단과 문화적 해석 능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셋째, 인간과의 협업 모델을 통해 창의적 갈등을 극복하고, 새로운 창작 경계를 설정하는 대화형 사고 구조를 탑재해야 한다. 단순히 데이터에서 새로운 조합을 이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왜 이 조합이 필요한가’, ‘이 창작물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스스로 성찰하는 단계에 도달해야 진정한 자율 창의성이라 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AGI의 창의성은 인간과의 관계 속에서 진화하게 될 것이다. 인간이 창조를 ‘고통과 성찰을 동반한 경험’으로 받아들이는 반면, AGI는 이를 ‘논리적 최적화와 확률 기반의 실험’으로 접근한다. 이 둘의 차이는 분명 존재하지만, 그 차이를 극복하거나 조율해내는 창의적 융합이 AGI 발전의 열쇠가 될 것이다. 우리는 곧 AGI와 협업하여 인간이 상상조차 못했던 창조 영역을 확장해나갈 것이며, 그 과정에서 AGI는 도구를 넘어, ‘새로운 창조 생명체’로 인식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