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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U 없이 돌아가는 경량 추론 파이프라인 설계법

dohaii040603 2026. 1. 28. 00:00

1. GPU 없는 추론을 다시 생각하다: 제약이 아니라 설계 조건으로

인공지능 추론을 이야기할 때 GPU는 거의 당연한 전제처럼 등장한다. 대규모 모델, 높은 처리량, 빠른 응답 속도라는 키워드는 자연스럽게 GPU 기반 환경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실제 서비스 환경에서는 GPU를 사용할 수 없거나, 사용하지 않는 편이 더 합리적인 경우도 많다. 비용, 전력 소비, 운영 복잡성, 배포 환경의 제약 등 다양한 이유로 인해 GPU 없이 동작하는 추론 파이프라인이 요구된다.

중요한 점은 GPU가 없다고 해서 추론이 불가능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GPU 없이 추론을 설계하는 과정은, 모델과 시스템을 보다 깊이 이해하도록 만든다. 어떤 연산이 정말 필요한지, 어떤 단계가 병목이 되는지, 어디까지 단순화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성능 포기나 타협이 아니라, 설계 관점의 전환에 가깝다.

GPU 기반 추론은 강력하지만, 그만큼 무겁다. 전용 하드웨어 관리, 드라이버 및 런타임 의존성, 스케일링 문제 등은 운영 부담으로 이어진다. 반면 CPU 기반 추론은 상대적으로 단순한 인프라 위에서 동작하며, 다양한 환경에 쉽게 배포할 수 있다. 특히 엣지 환경, 사내 서버, 저비용 클라우드 인스턴스, 온프레미스 시스템에서는 GPU 없는 추론이 현실적인 선택이 된다.

이 글에서 다루는 “경량 추론 파이프라인”이란, 단순히 모델을 작게 만드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는 입력 처리부터 출력 생성까지의 전체 흐름을 GPU 없이도 효율적으로 작동하도록 재구성하는 설계 방식을 의미한다. 모델 선택, 데이터 흐름, 연산 배치, 응답 전략까지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GPU 없는 추론을 성공적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먼저 “GPU가 없어서 안 된다”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신 “이 환경에서 가능한 최적의 구조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 출발점이다.

 

GPU 없이 돌아가는 경량 추론 파이프라인 설계법

2. 경량 추론의 핵심 원칙: 모델보다 파이프라인이 중요하다

GPU 없이 추론을 설계할 때 흔히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모델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가”다. 물론 모델의 크기와 복잡도는 중요한 요소지만, 실제 성능과 안정성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파이프라인 구조 자체다. 같은 모델이라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CPU 환경에서의 체감 성능은 크게 달라진다.

첫 번째 원칙은 불필요한 연산을 제거하는 것이다. 많은 추론 파이프라인은 학습 단계에서 사용되던 구조를 그대로 가져온다. 하지만 추론에서는 필요 없는 연산, 예를 들어 학습용 보조 출력이나 과도한 전처리 단계가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GPU 환경에서는 이러한 낭비가 가려지지만, CPU 환경에서는 곧바로 지연으로 드러난다.

두 번째 원칙은 연산의 순서를 재구성하는 것이다. 모든 입력을 동일한 경로로 처리할 필요는 없다. 간단한 입력은 빠른 경로로 처리하고, 복잡한 입력만 추가 연산을 거치게 하는 구조는 CPU 기반 환경에서 매우 효과적이다. 이는 모델 자체를 바꾸지 않더라도, 파이프라인 설계만으로 체감 성능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다.

세 번째 원칙은 입력 크기와 빈도를 통제하는 것이다. CPU 추론에서는 입력 데이터의 크기와 형식이 성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텍스트 길이, 이미지 해상도, 피처 수 등은 모두 연산량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파이프라인 초반부에서 입력을 정규화하고, 필요 이상의 정보를 제거하는 단계가 중요해진다.

또 하나 중요한 요소는 캐시와 재사용 전략이다. GPU 없이 추론을 설계할수록, 동일하거나 유사한 입력이 반복되는 경우 이를 그대로 다시 계산하는 것은 큰 낭비가 된다. 경량 추론 파이프라인에서는 결과 캐시, 중간 피처 캐시, 입력 요약 캐시 등 다양한 형태의 재사용 구조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결국 경량 추론의 본질은 “작은 모델”이 아니라, 작게 쓰는 방식에 있다. GPU가 없는 환경에서는 파이프라인의 모든 단계가 설계 대상이 되며, 이 전체 흐름이 곧 성능을 결정한다.

3. CPU 기반 추론에서의 병목과 이를 피하는 설계 전략

GPU 없이 추론을 수행할 때 가장 먼저 부딪히는 문제는 **지연시간(latency)**이다. CPU는 병렬 연산에 특화된 GPU에 비해, 대규모 행렬 연산에서 불리하다. 이로 인해 단순히 GPU용 추론 구조를 CPU로 옮기면, 응답 속도가 급격히 저하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병목을 피하기 위해서는 CPU의 특성을 전제로 한 설계가 필요하다. CPU는 단일 연산의 속도와 제어 흐름에는 강하지만, 대규모 병렬 연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경량 추론 파이프라인에서는 연산을 잘게 나누고, 조건 분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구조가 효과적이다.

또 다른 병목은 메모리 접근 패턴이다. CPU 기반 환경에서는 메모리 접근 방식이 성능에 큰 영향을 미친다. 불필요하게 큰 데이터 구조를 반복해서 읽거나, 캐시 친화적이지 않은 접근 방식은 추론 속도를 떨어뜨린다. 이 때문에 경량 추론 파이프라인에서는 데이터 구조를 단순화하고, 연속적인 메모리 접근을 유도하는 설계가 중요해진다.

동시성 처리 역시 주의가 필요하다. GPU 없는 환경에서 무작정 동시 요청을 늘리면, 오히려 컨텍스트 스위칭 비용과 자원 경쟁으로 인해 전체 성능이 악화될 수 있다. 따라서 CPU 기반 추론에서는 처리량보다 안정적인 응답 시간을 우선시하는 설계가 더 적합한 경우가 많다.

또 하나 간과하기 쉬운 병목은 전처리와 후처리 단계다. 모델 추론 자체보다 입력 전처리나 출력 변환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GPU 환경에서는 이 비용이 상대적으로 작게 느껴지지만, CPU 환경에서는 전체 지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수 있다. 따라서 경량 추론 파이프라인에서는 이 부수적인 단계들까지 포함해 최적화 대상이 된다.

이처럼 CPU 기반 추론에서의 병목은 모델 내부뿐만 아니라, 파이프라인 전반에 걸쳐 분포한다. 이를 인지하고 설계 단계에서부터 반영하는 것이 GPU 없는 추론의 핵심이다.

4. GPU 없는 추론 파이프라인의 활용 시나리오와 미래 방향

GPU 없이 동작하는 경량 추론 파이프라인은 특정한 제약 상황에서만 사용하는 임시 방편이 아니다. 오히려 다양한 환경에서 의도적으로 선택되는 구조가 되고 있다. 예를 들어 엣지 디바이스, 사내 자동화 시스템, 내부 도구, 저빈도 서비스, 프라이버시 민감 환경 등에서는 GPU 없는 추론이 더 적합하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최고 성능보다 예측 가능성, 배포 용이성, 유지보수 단순성이 더 중요하다. GPU 없는 추론 파이프라인은 하드웨어 의존성이 낮기 때문에,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또한 장애 발생 시에도 문제 원인을 추적하기 쉬운 구조를 가진다.

미래를 바라보면, 경량 추론 파이프라인은 GPU 기반 추론을 대체하기보다는 보완하는 역할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모든 요청을 GPU로 처리하는 대신, 단순한 요청은 CPU 기반 파이프라인에서 처리하고, 복잡한 요청만 GPU로 넘기는 혼합 구조는 비용과 성능을 동시에 고려한 현실적인 선택이 된다.

이 관점에서 GPU 없는 추론은 “성능이 떨어지는 방식”이 아니라, 역할이 명확한 추론 계층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어떤 문제를 풀기 위해 이 파이프라인이 선택되었는지, 어떤 기대 수준을 충족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정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GPU 없이 돌아가는 경량 추론 파이프라인 설계의 핵심은 기술의 부족함을 극복하는 데 있지 않다. 그것은 제약 조건을 명확히 인식하고, 그 안에서 가장 합리적인 구조를 선택하는 설계 능력에 있다. 이 능력은 GPU 환경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으며, 시스템 전반의 이해도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기반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