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모델의 배치 추론 vs 스트리밍 추론 선택 기준
1. 추론 방식의 문제는 속도가 아니라 ‘운영 구조’다
대규모 모델을 실제 서비스나 시스템에 적용할 때 가장 먼저 마주하는 질문 중 하나는 “어떤 방식으로 추론을 수행할 것인가”이다. 이 질문은 흔히 배치 추론(batch inference)과 스트리밍 추론(streaming inference)이라는 두 가지 선택지로 단순화된다. 하지만 이 선택은 단순히 속도나 기술 트렌드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을 어떤 방식으로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구조적 결정에 가깝다.
배치 추론은 일정량의 데이터를 모아 한 번에 처리하는 방식이다. 반면 스트리밍 추론은 요청이 들어오는 즉시, 혹은 매우 짧은 지연을 두고 연속적으로 처리하는 방식이다. 표면적으로 보면 하나는 “느리지만 효율적인 방식”, 다른 하나는 “빠르지만 부담이 큰 방식”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이 이분법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복잡한 고려 요소들이 존재한다.
대규모 모델일수록 추론 방식의 선택은 더욱 중요해진다. 모델 크기가 커질수록 단일 추론의 비용과 자원 소모가 커지고, 동시에 운영 안정성과 확장성에 대한 요구도 높아진다. 이때 추론 방식은 단순한 실행 전략이 아니라, 데이터 흐름, 자원 배치, 장애 대응 방식까지 영향을 미치는 핵심 설계 요소가 된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배치 추론과 스트리밍 추론이 반드시 상호 배타적인 선택은 아니라는 것이다. 많은 시스템에서는 두 방식을 혼합해 사용한다. 다만 혼합 사용을 하더라도, 어떤 상황에서 어떤 방식을 우선시할 것인지는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결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스템은 점점 복잡해지고, 추론 비용과 지연시간 모두 통제하기 어려워진다.
이 글에서는 배치 추론과 스트리밍 추론을 단순 비교하는 대신, 각 방식이 어떤 전제를 가지고 있으며, 어떤 운영 조건에서 더 적합한 선택이 되는지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이를 통해 추론 방식을 “기술 옵션”이 아니라 “설계 선택지”로 이해하는 데 목적이 있다.

2. 배치 추론의 특성: 효율성과 예측 가능성의 구조
배치 추론은 일정 주기나 조건에 따라 데이터를 모아 한 번에 추론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의 가장 큰 특징은 자원 사용의 예측 가능성이다. 언제, 얼마나 많은 데이터가 처리될지 사전에 알 수 있기 때문에, 시스템 자원을 계획적으로 배치할 수 있다.
대규모 모델 환경에서 배치 추론은 특히 비용과 자원 효율성 측면에서 장점을 가진다. 여러 요청을 하나의 묶음으로 처리함으로써, 모델 로딩 비용이나 초기화 비용을 분산시킬 수 있다. 또한 연산 자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추론을 수행할 수 있어, 자원 낭비를 줄이는 구조를 만들기 쉽다.
배치 추론은 응답의 즉시성이 중요하지 않은 작업에 적합하다. 예를 들어 주기적인 데이터 분석, 대량 문서 처리, 추천 모델 업데이트, 통계적 리포트 생성과 같은 작업은 실시간 응답보다 정확성과 일관성이 더 중요하다. 이 경우 배치 추론은 안정적인 선택이 된다.
운영 측면에서도 배치 추론은 비교적 단순하다. 실패가 발생했을 때 재시도 전략을 세우기 쉽고, 일부 작업이 실패하더라도 전체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다. 또한 로그와 결과를 한 번에 검증할 수 있어, 품질 관리와 모니터링도 수월한 편이다.
하지만 배치 추론에는 명확한 한계도 존재한다. 가장 큰 단점은 **지연(latency)**이다. 데이터가 생성된 시점과 결과가 반영되는 시점 사이에 시간 차이가 발생한다. 이 지연은 서비스 성격에 따라 치명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 또한 배치 크기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처리 효율과 지연 사이에서 지속적인 트레이드오프가 발생한다.
결국 배치 추론은 “느린 대신 안정적인 방식”이 아니라, 예측 가능성과 운영 효율을 우선시하는 구조적 선택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3. 스트리밍 추론의 특성: 즉시성과 복잡성의 공존
스트리밍 추론은 입력이 발생하는 즉시, 혹은 거의 실시간에 가까운 형태로 추론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의 핵심 가치는 즉시성이다. 사용자 요청이나 이벤트가 발생하면 가능한 한 빠르게 결과를 반환함으로써, 시스템의 반응성을 극대화한다.
대규모 모델을 스트리밍 방식으로 운영할 경우, 시스템은 항상 추론 준비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이는 모델이 상시 로드되어 있거나, 매우 빠른 초기화가 가능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구조는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는 강력하지만, 운영 측면에서는 높은 부담을 동반한다.
스트리밍 추론의 가장 큰 특징은 불확실성이다. 요청량은 예측하기 어렵고, 특정 시점에 급격히 증가할 수 있다. 이때 시스템은 즉각적으로 자원을 확장하거나, 요청을 조절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연이 누적되거나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스트리밍 추론 환경에서는 개별 요청의 실패가 곧바로 사용자 경험에 영향을 미친다. 배치 추론에서는 일부 실패가 전체 결과에 묻힐 수 있지만, 스트리밍 추론에서는 단 하나의 실패도 눈에 띄는 문제가 된다. 따라서 오류 처리, 타임아웃, 예외 상황 대응이 훨씬 중요해진다.
대규모 모델일수록 스트리밍 추론의 복잡성은 더 커진다. 모델 추론 시간이 길어질수록, 동시 요청 처리에 필요한 자원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스트리밍 추론은 단순히 “빠른 방식”이 아니라, 운영 난이도가 높은 방식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트리밍 추론은 대화형 서비스, 실시간 추천, 사용자 입력에 즉각 반응해야 하는 시스템에서는 사실상 필수적인 선택이 된다. 이 경우 중요한 것은 스트리밍 추론을 선택할지 말지가 아니라, 어디까지 스트리밍으로 처리할 것인가를 정하는 일이다.
4. 선택 기준의 핵심: 데이터 흐름과 사용자 기대를 기준으로
배치 추론과 스트리밍 추론 중 어떤 방식을 선택할지는, 기술적 선호가 아니라 데이터 흐름과 사용자 기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 결과가 언제 필요한가”이다. 즉시 필요하다면 스트리밍 추론이 필요하고, 일정 지연이 허용된다면 배치 추론이 더 합리적일 수 있다.
두 번째 기준은 요청의 예측 가능성이다. 요청 패턴이 비교적 안정적이고 주기적이라면 배치 추론이 유리하다. 반대로 요청이 불규칙하고 사용자 행동에 따라 급변한다면 스트리밍 추론이 필요해진다. 이 기준은 자원 계획과 직결되기 때문에, 장기 운영 관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세 번째 기준은 실패의 허용 범위다. 일부 결과가 늦게 나오거나 재처리되어도 괜찮은 작업이라면 배치 추론이 적합하다. 반면 한 번의 실패도 사용자 신뢰에 영향을 미친다면, 스트리밍 추론 환경에서의 안정성과 보완 장치가 필수적이다.
마지막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혼합 전략의 가능성이다. 많은 시스템은 실시간 응답이 필요한 부분만 스트리밍으로 처리하고, 나머지는 배치 추론으로 넘긴다. 예를 들어 즉각적인 사용자 피드백은 스트리밍으로 제공하되, 그 결과를 반영한 장기 분석이나 모델 업데이트는 배치로 처리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혼합 구조는 설계 난이도가 높지만, 대규모 모델 환경에서는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 되는 경우가 많다. 중요한 것은 배치와 스트리밍을 기술적 대립 관계로 보지 않고, 서로 다른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로 인식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