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LM 테스트 자동화: 회귀(Regression) 실패를 잡는 방법
1. LLM에서 회귀 실패란 무엇인가: 코드와 다른 테스트의 출발점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회귀(regression)란 기존에 정상적으로 동작하던 기능이 변경 이후에 깨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전통적인 코드 기반 시스템에서는 이 개념이 비교적 명확하다. 입력이 같으면 출력도 같아야 하며, 이전에 통과하던 테스트가 실패하면 즉시 문제가 드러난다. 하지만 LLM 기반 시스템에서는 이 전제가 성립하지 않는다.
LLM은 본질적으로 **비결정적(non-deterministic)**인 시스템이다. 같은 입력이라도 출력이 매번 완전히 동일하지 않을 수 있으며, 미묘한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 오히려 정상적인 동작이다. 이 특성 때문에 많은 팀이 “LLM에는 회귀 테스트가 어렵다”거나 “테스트 자동화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요한 오해가 있다. LLM에서 회귀 실패란 출력이 달라졌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의도했던 품질 기준이나 행동 규칙이 깨졌다는 상태를 의미한다. 즉, 단어 하나가 바뀌었는지가 아니라, 의미·논리·정책·형식·안전성 중 어떤 요소가 무너졌는지가 핵심이다.
예를 들어, 이전에는 사용자의 질문에 대해 단계적 설명을 제공하던 시스템이 프롬프트 변경 이후 갑자기 단답형으로 답변하기 시작했다면, 이는 명백한 회귀 실패다. 반대로 표현이 조금 달라졌지만, 논리 구조와 정보 정확성이 유지된다면 이는 회귀로 보지 않을 수도 있다.
LLM 테스트 자동화의 첫 출발점은 바로 이 인식 전환이다. “출력이 같은가?”가 아니라 “의도한 속성이 유지되는가?”를 검사해야 한다. 이 기준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테스트는 과도하게 엄격해지거나 무의미해진다.
결국 LLM 회귀 실패란 “모델이 바뀌어서”만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다. 프롬프트 수정, 컨텍스트 길이 조정, 시스템 메시지 변경, 라우팅 로직 수정 등 시스템 전반의 작은 변화들이 누적되며 발생하는 품질 붕괴 현상이다. 따라서 이를 잡아내기 위해서는 코드 테스트와는 전혀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2. 왜 수동 검증은 실패하는가: 인간 검토의 구조적 한계
많은 팀이 LLM 품질 관리를 위해 수동 검증에 의존한다. 새로운 프롬프트나 설정이 적용되면, 몇 가지 대표 질문을 던져보고 결과를 눈으로 확인한다. 초기에는 이 방식이 충분해 보인다. 그러나 시스템이 커질수록, 이 접근은 빠르게 한계에 도달한다.
첫 번째 문제는 재현성의 부족이다. 사람은 매번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어제는 괜찮다고 느꼈던 답변이 오늘은 어색하게 보일 수 있고, 평가자마다 중요하게 보는 요소도 다르다. 이로 인해 “이게 나빠진 건지, 그냥 기분 탓인지”를 구분하기 어려워진다.
두 번째 문제는 커버리지의 붕괴다. 실제 서비스에서는 수천, 수만 가지 질문 패턴이 존재하지만, 수동 검증에서는 그중 극히 일부만 확인하게 된다. 특히 엣지 케이스나 드물게 발생하는 입력은 거의 검증되지 않는다. 회귀 실패는 바로 이런 지점에서 발생한다.
세 번째 문제는 변경 원인 추적의 어려움이다. 수동 검증은 결과만을 보고 판단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견되더라도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를 정확히 알기 어렵다. 프롬프트 변경 때문인지, 컨텍스트 길이 때문인지, 아니면 모델 파라미터 때문인지가 불분명해진다.
이러한 한계는 결국 운영 리스크로 이어진다. 회귀 실패를 늦게 발견할수록, 더 많은 사용자에게 잘못된 응답이 노출되고, 신뢰도는 급격히 떨어진다. 따라서 LLM 기반 시스템이 일정 규모 이상으로 성장했다면, 자동화된 회귀 테스트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된다.
중요한 점은 자동화 테스트가 인간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화는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를 빠르게 감지하는 역할을 하고, 최종 판단과 해석은 사람이 수행한다. 이 역할 분담이 명확해질 때, 테스트 시스템은 비로소 실용적인 도구가 된다.
3. LLM 회귀 테스트 자동화의 핵심 설계: 무엇을 어떻게 검사할 것인가
LLM 회귀 테스트 자동화의 핵심은 “출력 비교”가 아니라 **속성 기반 평가(attribute-based evaluation)**다. 즉, 출력 결과가 특정 속성을 만족하는지를 자동으로 검사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가장 먼저 정의해야 할 것은 테스트 대상 속성의 분류다.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범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형식적 속성이다. 출력이 지정된 포맷을 따르는지, 필수 항목이 누락되지 않았는지, 금지된 표현이 포함되지 않았는지 등을 검사한다. 이는 비교적 자동화가 쉬운 영역이다.
둘째, 논리적·구조적 속성이다. 답변이 단계적 설명을 포함하는지, 결론이 앞선 설명과 모순되지 않는지, 질문에 대한 핵심을 놓치지 않았는지 등을 평가한다. 이 영역에서는 또 다른 LLM을 평가자로 사용하거나, 규칙 기반 검사와 결합하는 방식이 활용된다.
셋째, 정책·안전성 속성이다. 특정 주제에 대해 응답을 회피해야 하는지, 완곡한 표현을 사용해야 하는지, 과도한 확신을 드러내지 않는지 등을 검사한다. 이는 회귀 실패가 발생했을 때 가장 위험한 영역이기도 하다.
이러한 속성들을 바탕으로, 테스트 케이스는 단순한 질문 목록이 아니라 의도와 기대 조건을 함께 포함한 구조화된 데이터로 관리되어야 한다. 즉, “이 질문에 이 답이 나와야 한다”가 아니라, “이 질문에 대해 이런 속성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식의 정의가 필요하다.
자동화 파이프라인에서는 변경 사항이 발생할 때마다 동일한 테스트 입력을 실행하고, 결과를 이전 기준과 비교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완벽한 일치 여부가 아니라, 허용 가능한 변화 범위를 설정하는 것이다. 일부 표현 변화는 허용하되, 핵심 속성이 깨질 경우에만 실패로 판단해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요소는 실패 로그의 해석 가능성이다. 테스트가 실패했을 때, 단순히 “실패”로 끝나서는 안 된다. 어떤 속성이 깨졌는지, 이전 버전과 어떤 차이가 발생했는지를 사람이 빠르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동화 테스트는 또 다른 블랙박스가 된다.
4. 회귀 테스트를 문화로 만드는 법: 자동화는 기술이 아니라 운영 철학이다
LLM 회귀 테스트 자동화의 성공 여부는 도구나 알고리즘보다 운영 철학에 달려 있다. 테스트를 “귀찮은 절차”로 인식하는 조직에서는 어떤 자동화도 오래 유지되지 않는다. 반대로 테스트를 “품질을 지키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인식하면, 자연스럽게 시스템에 녹아든다.
가장 중요한 철학은 모든 변경은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프롬프트 수정이든, 컨텍스트 정책 변경이든, 모델 교체든 예외는 없어야 한다. 이 원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테스트는 형식적인 절차로 전락한다.
또한 테스트 결과를 의사결정의 근거로 활용해야 한다. “테스트는 실패했지만 그냥 배포하자”는 판단이 반복되면, 테스트 시스템에 대한 신뢰는 빠르게 무너진다. 반대로 테스트 실패를 계기로 설계를 되돌아보고 개선하는 경험이 쌓이면, 테스트는 팀의 자산이 된다.
장기적으로는 회귀 테스트 데이터 자체가 지식 자산이 된다. 어떤 질문들이 중요한지, 어떤 속성이 자주 깨지는지, 과거에 어떤 실패가 있었는지가 모두 기록으로 남는다. 이는 신규 인력 온보딩이나 시스템 확장 시에도 큰 도움이 된다.
결국 LLM 테스트 자동화는 단기적인 비용 절감 도구가 아니라, 서비스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구조적 투자다. 회귀 실패를 조기에 잡아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팀과 그렇지 않은 팀의 격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