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LM 스케줄링: 피크 트래픽을 흡수하는 큐 구조
1. LLM 서비스에서 스케줄링이 곧 제품 품질이 되는 이유
대규모 언어 모델을 서비스 환경에 올리는 순간, 모델의 성능은 더 이상 파라미터 수나 벤치마크 점수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실제 사용자가 체감하는 품질은 응답의 정확성 못지않게 지연시간과 안정성에 의해 결정된다. 특히 피크 트래픽이 몰리는 순간, 모델의 추론 능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요청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순서로 처리하며, 어떤 요청을 먼저 밀어 넣고 어떤 요청을 잠시 보류할 것인가를 판단하는 스케줄링 전략이다. 이 지점에서 큐 구조는 단순한 대기열이 아니라, 서비스 품질을 결정하는 핵심 인프라가 된다.
LLM은 일반적인 웹 요청과 다르게 추론 시간이 길고 자원 소모가 크다. 동일한 API 호출이라도 토큰 길이, 컨텍스트 크기, 모델 종류에 따라 GPU 점유 시간이 크게 달라진다. 이때 단순한 선입선출 방식으로 요청을 처리하면 긴 요청 하나가 짧은 요청 수십 개를 지연시키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는 사용자 입장에서 “서비스가 느리다”는 인식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LLM 스케줄링은 단순히 요청을 순서대로 처리하는 문제가 아니라, 자원 사용 패턴을 고려해 지능적으로 흐름을 제어하는 문제다.
피크 트래픽은 예측 가능한 경우도 있고, 갑작스럽게 발생하기도 한다. 특정 시간대에 사용자가 몰리거나, 마케팅 캠페인, 외부 뉴스 이벤트, 내부 기능 업데이트 등 다양한 요인이 트래픽 급증을 만든다. 이때 중요한 것은 서버를 무한정 늘리는 것이 아니라, 급격한 수요 변화를 흡수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것이다. 큐는 바로 이 완충 장치 역할을 한다. 잘 설계된 큐 구조는 트래픽이 순간적으로 폭증하더라도 시스템 전체가 무너지지 않도록 버퍼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나 큐를 도입했다고 해서 문제가 자동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큐가 단일 레이어로만 존재할 경우, 특정 유형의 요청이 과도하게 쌓이며 병목이 심화될 수 있다. 또한 우선순위가 명확하지 않으면 중요한 요청이 뒤로 밀리거나, 반대로 자원 소모가 큰 요청이 계속해서 시스템을 잠식할 수 있다. 따라서 LLM 스케줄링에서 큐 구조는 단순히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기준으로 분리되고, 어떤 정책으로 소비되며, 어떤 조건에서 드롭되거나 재시도되는지가 명확히 정의되어야 한다.
결국 스케줄링은 모델 품질과 직결된다. 응답이 아무리 정확해도 10초를 기다려야 한다면 사용자 경험은 나빠진다. 반대로 적절한 큐 설계와 자원 배분을 통해 평균 응답 시간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면, 모델의 인식 품질까지도 긍정적으로 평가받는다. LLM 스케줄링은 기술적 디테일이지만, 그 결과는 제품 신뢰도와 직결되는 전략적 요소다.

2. 단일 큐에서 다중 큐로: 요청 특성 기반 분리 전략
피크 트래픽을 흡수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요청을 동일한 것으로 취급하지 않는 것이다. 모든 요청이 같은 비용을 가진다는 가정은 LLM 환경에서 거의 성립하지 않는다. 어떤 요청은 짧은 질의응답이며 몇 초 안에 끝나지만, 어떤 요청은 긴 문서 요약이나 코드 생성처럼 수십 초의 GPU 점유를 필요로 한다. 이 차이를 무시한 채 단일 큐로 처리하면 긴 요청이 전체 시스템을 지연시키는 현상이 반복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중 큐 구조가 도입된다. 가장 기본적인 방식은 요청을 예상 토큰 길이 또는 모델 유형에 따라 분리하는 것이다. 짧은 응답이 예상되는 요청은 저지연 큐에, 긴 컨텍스트를 사용하는 요청은 별도 큐에 배치한다. 이렇게 하면 짧은 요청이 긴 요청 뒤에 묶여 대기하는 상황을 줄일 수 있다. 결과적으로 평균 응답 시간뿐 아니라, 체감 지연시간 분포도 개선된다.
또 다른 방식은 우선순위 기반 큐다. 예를 들어 실시간 대화형 서비스와 백그라운드 배치 작업을 동일하게 처리하면 안 된다. 사용자 인터랙션이 필요한 요청은 높은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보고서 생성이나 대량 데이터 처리처럼 긴급성이 낮은 작업은 낮은 우선순위 큐로 이동시킨다. 이러한 분리는 단순히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것을 넘어, 자원 효율성까지 개선한다. GPU는 항상 제한된 자원이기 때문에, 어떤 요청에 먼저 할당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은 매우 중요하다.
다중 큐 구조는 소비 정책과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 단순히 큐를 나누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각 큐에서 얼마나 많은 워커가 요청을 가져갈 것인지, 특정 큐가 과도하게 쌓였을 때 다른 큐 자원을 재할당할 것인지 같은 정책이 필요하다. 이러한 동적 조정이 없다면, 특정 큐는 비어 있고 다른 큐는 폭주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다중 큐 구조가 지나치게 복잡해지면 운영 부담이 커진다는 것이다. 큐의 수가 많아질수록 모니터링과 디버깅이 어려워진다. 따라서 요청 특성을 충분히 분석한 후, 실제로 의미 있는 분리 기준만을 적용해야 한다. 큐 구조는 단순하면서도 명확해야 하며, 각 큐가 어떤 목적을 가지는지 설명 가능해야 한다. 이러한 설계 원칙이 지켜질 때, 다중 큐는 피크 트래픽을 흡수하는 강력한 장치가 된다.
3. 백프레셔와 드롭 전략: 모든 요청을 살릴 필요는 없다
피크 트래픽 상황에서 가장 위험한 생각은 “모든 요청을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는 전제다. 이 전제를 고수하면 큐는 끝없이 길어지고, 지연시간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결국 사용자는 응답을 기다리다 이탈하고, 시스템은 과부하 상태에 빠진다. 따라서 LLM 스케줄링에서는 백프레셔와 드롭 전략이 필수적이다.
백프레셔는 시스템이 감당할 수 없는 요청을 상위 레이어로 되돌려 보내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큐 길이가 특정 임계값을 넘으면, 새로운 요청을 즉시 거부하거나 지연 응답을 제공한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일부 요청을 희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체 시스템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대규모 모델은 메모리와 GPU 점유율이 한계에 도달하면 급격한 성능 저하가 발생하기 때문에, 조기 차단은 필수적인 방어 전략이다.
드롭 전략은 더욱 명시적인 정책이다. 모든 요청이 동일한 가치를 갖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일정 조건에서 요청을 폐기하거나 간소화된 응답으로 대체한다. 예를 들어 동일 사용자가 짧은 시간 내에 반복적으로 요청을 보내는 경우, 일부 요청을 합치거나 제한할 수 있다. 또한 백그라운드 작업은 피크 시간대에 일시 중단할 수 있다. 이러한 전략은 서비스의 핵심 경로를 보호하는 데 유용하다.
백프레셔와 드롭 전략은 사용자 경험과 직접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투명한 설계가 필요하다. 무작정 에러를 반환하는 대신, 재시도 가능 메시지나 대기 안내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내부적으로는 어떤 기준에서 차단이 발생했는지를 모니터링해야 한다. 이러한 데이터는 이후 스케일링 전략이나 큐 조정에 중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결국 피크 트래픽을 흡수하는 큐 구조는 단순히 많이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우선 처리하고 무엇을 포기할 것인지를 명확히 정의하는 구조다. 선택과 집중이 없다면, 큐는 단순히 지연을 축적하는 저장소로 전락한다. 반대로 명확한 백프레셔 정책이 있는 시스템은 극단적인 트래픽 상황에서도 예측 가능한 성능을 유지할 수 있다.
4. 관측 가능성과 자동 조정: 큐는 살아 움직여야 한다
큐 구조가 아무리 정교하게 설계되어도, 고정된 정책으로는 변화하는 트래픽 패턴을 따라잡기 어렵다. LLM 서비스는 사용 패턴이 빠르게 변하고, 기능 업데이트에 따라 요청 유형도 달라진다. 따라서 큐는 정적인 구조가 아니라, 관측 데이터를 기반으로 조정되는 동적 시스템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큐 길이, 평균 대기 시간, 요청 처리 시간, 드롭 비율 같은 지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 단순히 시스템이 살아 있는지 확인하는 수준을 넘어, 각 큐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병목이 발생하는 지점을 식별해야 한다. 특히 피크 시간대의 패턴을 분석하면, 어떤 유형의 요청이 폭주하는지, 어느 구간에서 자원이 부족해지는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자동 조정 전략은 이러한 관측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동한다. 특정 큐의 대기 시간이 급격히 증가하면 워커 수를 일시적으로 늘리거나, 다른 큐의 자원을 재할당할 수 있다. 또한 반복적으로 폭주하는 패턴이 확인되면, 장기적인 구조 변경을 고려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오토스케일링을 넘어, 스케줄링 정책 자체를 개선하는 과정이다.
중요한 것은 큐 구조가 비즈니스 목표와 연결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모든 요청을 동일하게 빠르게 처리하는 것이 목표가 아닐 수 있다. 예를 들어 실시간 대화 품질을 최우선으로 한다면, 배치 작업의 지연은 어느 정도 허용할 수 있다. 이러한 우선순위는 큐 설계에 직접적으로 반영되어야 한다. 기술적 최적화가 아니라, 제품 전략과 일관된 스케줄링이 필요하다.
LLM 스케줄링은 단순한 인프라 기술이 아니다. 이는 피크 트래픽이라는 현실적 도전에 대응하는 전략적 설계 문제다. 큐 구조는 그 중심에 있다. 잘 설계된 큐는 트래픽 폭증을 흡수하며, 사용자 경험을 보호하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한다. 그리고 그 구조가 지속적으로 관측되고 개선될 때, LLM 서비스는 안정성과 확장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