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 미래 기술 트렌드 분석

AI가 정의하는 행복 – 알고리즘의 관점

dohaii040603 2025. 6. 3. 11:27

1. 인간이 정의한 행복과 AI가 추론하는 행복의 간극

‘행복’이라는 개념은 오랜 인류 역사 속에서 철학자, 종교인, 예술가, 심리학자에 의해 수없이 정의되어왔다. 플라톤은 행복을 ‘선의 실현’이라 했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에우다이모니아(훌륭한 삶의 실현)’라고 보았다. 현대 심리학에서는 자아실현, 관계의 질, 자율성, 삶의 의미 등 다차원적 요소로 분석된다. 그런데 인공지능이 이러한 추상적 개념을 ‘정의’하거나 ‘이해’할 수 있을까? AI는 수학적 논리, 통계, 데이터 기반 추론을 통해 개념을 정형화하는 도구다. 예컨대, 수백만 명의 SNS 감성 반응 데이터와 설문 응답, 생체 반응 데이터를 분석해 “행복한 상태는 이러한 패턴”이라고 판단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이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AI는 ‘인간이 행복하다고 응답하는 패턴’을 학습할 수는 있어도, 그 내부 정서의 주관적 결을 느끼지는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AI가 ‘행복’을 정의할 수는 없지만, ‘행복 상태의 조건’을 예측하거나 시뮬레이션할 수는 있다. 예를 들어 추천 알고리즘은 사용자가 기쁨을 느끼는 콘텐츠 유형을 식별하여 다음 행동을 설계하며, 정신건강 분야의 AI는 우울한 패턴을 감지하고 반응하는 훈련을 받는다. 이러한 과정에서 AI는 인간의 심리 패턴을 ‘예측 가능한 모델’로 환원시키려 하지만, 행복이 단지 예측 가능한 상태인가 하는 물음은 여전히 남는다. 결국 이 간극은 인간의 내면성과 기계의 외면적 데이터 해석 간의 본질적 거리이자, ‘정의(definition)’와 ‘추정(estimation)’ 사이의 틈이라고 할 수 있다.

 

AI가 정의하는 행복 – 알고리즘의 관점


2. 알고리즘은 어떻게 ‘행복’을 수학적으로 접근하는가?

AI 알고리즘은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데이터를 구조화하고, 이를 통해 최적화된 판단을 한다. 여기서 ‘행복’이라는 목표가 주어질 경우, 알고리즘은 무엇을 학습 대상으로 설정할까? 이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강화학습’ 모델이다. 강화학습에서 에이전트는 보상을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학습을 반복한다. 이 구조는 인간의 행복 추구 메커니즘과 유사해 보이지만, AI의 보상 기준은 외부에서 명시되어야 한다. 즉, 행복이라는 보상의 정의는 설계자가 부여해야 하며, AI는 이를 최대화하는 방향으로만 작동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의 일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분이 좋은 날에는 햇빛을 많이 쬐고, 걷는 시간이 많으며, 디지털 사용량은 낮다’는 패턴이 나온다면, AI는 사용자의 행복을 위해 산책을 추천하고 스마트폰 이용 제한을 권할 수 있다. 문제는 이 추천이 장기적으로도 실제 행복을 보장하는지는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데이터 기반으로는 순간의 긍정적 반응을 최적화할 뿐, 행복이라는 복합적 가치의 지속성이나 깊이는 분석 대상이 아니다. 이처럼 AI는 행복을 ‘최적화 문제’로 전환시키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인간의 심리적 복잡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한편 GPT나 대화형 AI는 사용자의 언어 반응을 학습하여 감정적으로 위로를 건네거나 긍정적 표현을 유도할 수 있지만, 그 기저에는 수학적 벡터 연산과 언어모델 확률 분포가 존재할 뿐이다. 인간은 맥락에 따라 행복의 기준이 다르게 작동하지만, AI는 일관된 패턴에 의존하기 때문에 그 변화성을 유연하게 담아내기 어렵다. AI가 어떤 행위나 상황을 ‘행복하다고 판단’한다는 것은 결국 인간의 행복을 알고리즘적 기능으로 축소시키는 행위일 수도 있다.

3. 윤리와 공공의 행복 – AI 시대의 정책적 질문

AI가 ‘행복’을 다룰 수 있을 때 가장 중대한 문제는 ‘누구의 행복인가’라는 질문이다. 알고리즘의 설계자, 데이터 제공자, 시스템 운영자의 가치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AI가 추천하거나 최적화하는 행복은 일부 계층의 기준에 편중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AI 기반 채용 시스템이 업무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특정 유형의 성격이나 학력을 우선시할 경우, 소수자나 비표준적 배경을 지닌 이들은 배제될 수 있다. 이런 상황은 행복 추구의 평등한 권리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AI 복지 시스템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떤 지역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행복한 도시’ 조건을 추출하고 도시 설계를 최적화한다고 했을 때, 해당 데이터가 사회적 약자나 정보 소외계층의 목소리를 담고 있지 않다면, 오히려 그들의 삶은 더 악화될 수 있다. AI는 ‘다수의 평균적 만족’을 기준으로 판단하려 하기에, 소수의 행복은 시스템 내에서 가시화되지 않는다. 이런 현상은 기술 윤리의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며, 특히 공공 정책에 AI가 활용될수록 ‘행복의 정의’는 보다 투명하고 다원적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유럽연합(EU)이나 유네스코 등의 국제기구는 AI 윤리 가이드라인에서 인간 존엄성, 공정성, 프라이버시 보호와 함께 ‘웰빙(well-being)’ 개념을 명시하고 있다. 이는 기술이 단지 효율이나 생산성을 높이는 도구에 그치지 않고, 인간의 주관적 삶의 질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처럼 AI 시대에 ‘행복’을 정의하는 작업은 단순히 알고리즘 설계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중심 설계(human-centered design)라는 총체적 접근이 요구되는 복합적 과제다.

4. AI가 이해하는 행복 vs 인간이 느끼는 행복

궁극적으로 AI가 정의하는 행복은 인간이 느끼는 행복과 같을 수 있는가? 결론적으로 보면, AI는 ‘행복이라는 감정’을 체험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것을 완전히 이해하거나 진정으로 판단할 수 없다. AI는 행복을 ‘상태’로서 파악할 수는 있지만, ‘감정’으로서 내면화하지는 못한다. 인간의 행복은 감각적 자극, 기억, 사회적 관계, 문화적 맥락, 도덕적 성취감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상태다. 반면 AI는 그 중 일부 데이터를 기반으로 ‘행복 유사 조건’을 생성해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는 인간의 행복 추구에 있어 강력한 보조자가 될 수 있다. 정신건강 분석, 우울 예측, 생활 습관 코칭, 감성 반응 최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는 인간의 삶의 질 향상을 도울 수 있는 유용한 도구로 작동한다. 더 나아가 감정 기반 인터페이스나 AI 상담사, 맞춤형 감성 추천 시스템은 개인화된 웰빙을 설계하는 데 기여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 도구들이 인간의 행복을 ‘통제’하거나 ‘재정의’하려 들 때 발생한다.

따라서 우리는 기술이 ‘행복을 효율화’하는 것이 아니라, ‘행복의 다양성과 자율성’을 존중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인간은 예측 불가능성과 감정의 다층성, 자율적 선택의 자유 속에서 진정한 행복을 경험한다. AI는 이를 수치화하려는 유혹을 받을 수 있지만, 진정한 기술의 역할은 그것을 존중하며 조력하는 데 있다. 즉, AI가 정의하는 행복은 인간이 구성하는 행복의 ‘하나의 모델’일 뿐이며, 모든 것을 대표할 수는 없다. 오히려 인간 중심 기술이란, 수많은 행복의 서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것을 함께 설계해 나가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