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창작 AI와의 저작권 공동 등록 문제
1. 창작의 주체가 바뀌고 있다: 인간 vs AI의 저작권 논쟁
예술은 전통적으로 인간의 고유한 창의력과 감성의 산물로 간주되어 왔다. 하지만 2020년대에 들어서면서 생성형 AI가 문학, 음악, 회화, 사진, 영화 등 다양한 예술 영역에서 인간처럼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시대가 도래했다. 대표적으로 GPT, DALL·E, Midjourney, Stable Diffusion, Suno AI 등은 단어 입력만으로 시, 소설, 삽화, 음원을 생산할 수 있으며, 사용자가 조금만 조작해도 완성도 높은 결과물이 탄생한다. 문제는 이러한 창작물의 법적 소유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여전히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간이 직접 붓을 들고 찍은 점 하나하나가 아니라, 코드와 알고리즘을 통해 만들어진 이미지나 멜로디가 예술 작품이라면, 그 창작의 주체는 누구인가?
미국 저작권청(USCO)은 2023년 기준으로 AI 단독 생성물은 저작권 등록 대상이 아니라고 못박았다. 반면, 한국과 유럽연합은 “AI와 인간의 공동 작업 가능성”에 열린 해석을 허용하며, 일정 수준 이상의 인간의 창작 개입이 있다면 공동 저작권으로도 간주할 수 있다고 여지를 두고 있다. 이처럼 국가별 기준의 차이와 기술의 진보 속도 차이로 인해 저작권 분쟁 사례는 더욱 복잡해지고 있으며, 창작의 개념 자체가 새롭게 정의되어야 할 시점에 도달했다.
2. 생성형 AI와의 공동 창작: ‘기계도 저작자일 수 있는가?’
AI와의 공동 창작이 일반화되면서 인간 창작자들이 AI에게 ‘아이디어를 명령’하고, AI가 출력한 결과물을 가공해 최종 콘텐츠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예를 들어, 디자이너가 Midjourney에 “고대 로마풍 도시를 배경으로 한 디스토피아 일러스트”라고 입력하고, 그 결과 중 일부를 골라 수정하거나 보정해 최종 출판물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 경우, 원천적으로 이미지는 AI가 생성했지만 최종적 선택과 편집은 인간이 담당했다. 그렇다면 저작권은 누구에게 돌아가야 할까?
일부 학자들은 “AI는 창작 의지가 없기 때문에 법적 권리를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한다. 그러나 문제는 창작 의지가 없어도 그 결과물이 인간과 유사한 수준의 창작성을 지닌다면, 법적 권리가 필요한 지점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AI를 단순 도구로 보느냐, 공동 저작자로 보느냐에 따라 법적 해석이 분기되고 있다. 특히 미술, 영상, 음악 등 다양한 콘텐츠 영역에서 공동 등록 사례가 점차 증가하고 있으며, 콘텐츠 플랫폼들도 AI 생성 여부를 공개하도록 정책을 바꾸고 있다. 국내에서도 2024년부터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I 기여도 표기 의무”를 검토 중이며, 이는 앞으로 공동 저작권 시대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
3. AI 공동 저작권의 핵심 쟁점: 투명성, 기여도, 책임소재
AI와 인간이 공동 창작을 할 경우, 가장 중요한 쟁점은 ‘기여도’와 ‘책임’이다. 예를 들어, 한 작곡가가 AI 모델에 5개의 음악 스타일을 학습시킨 후, 특정 감정 톤을 요구해 곡을 생성하고 일부 편곡만 진행했다면, 인간의 창작 기여도는 30~40% 수준으로 평가될 수 있다. 반면, AI가 생성한 초안을 기반으로 전체 구조, 가사, 편곡, 마스터링까지 사람이 수행했다면 기여도는 70% 이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판단 기준은 여전히 정형화되어 있지 않으며, 산업별로 해석이 갈린다.
또한 법적 책임 소재도 불명확하다. 예를 들어, AI가 타인의 저작물을 무단으로 참고하거나 표절하는 결과물을 생성했을 경우,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AI 개발사인가, 사용자인가, 아니면 플랫폼인가? 이 문제는 AI 기술의 ‘블랙박스화’(Black-box effect)와도 맞물려 있다. 내부 알고리즘과 데이터셋이 공개되지 않는 이상, 저작권 침해 여부를 증명하는 것도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동 저작권 등록을 허용한다면, 반드시 기여도 산정 기준, AI 사용 여부 표기, 법적 책임 분산 구조, 자동 기록 관리 시스템 등이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이미 일부 국가에서는 AI 생성 콘텐츠에 대해 ‘출처 표기와 원본 기록 의무화’를 법제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으며, 한국도 이러한 흐름에 주목해야 한다.
4. 미래 예측과 제도 정비의 방향: AI 창작 시대의 공정성과 혁신
앞으로 예술 창작의 중심은 인간의 손끝을 넘어 알고리즘과 데이터셋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창작의 민주화와 동시에 ‘예술가의 전문성 희석’이라는 우려도 함께 가져온다. 누구나 AI 도구를 이용해 포스터, 영상, 음원, 책표지를 만들 수 있는 시대에서, 진정한 창작이란 무엇인가를 되묻는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책적으로는 ‘기계가 만든 창작물’을 투명하게 구분하고, 인간 창작자의 창의적 개입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구조적으로 기록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블록체인 기반의 AI 창작물 이력 추적 시스템이나, 메타데이터 기반의 저작권 정보 자동 저장 기능 등이 그 예다. 또한 법 제도는 기존의 이분법적 구분(창작자 vs 비창작자)에서 벗어나 ‘협력적 창작 시스템’이라는 제3의 모델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는 향후 예술 창작 생태계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 뿐만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직업과 창작 시장을 열어줄 수 있다.
결론적으로, AI와 인간이 함께 창작하는 시대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제는 저작권 보호의 본질이 ‘누가 만들었는가’에서 ‘어떻게 만들었는가’로 옮겨가고 있다. 기술의 발전에 맞춰 법과 제도의 진화도 함께 이뤄져야 하며, 그 중심에는 인간의 창의성과 공정한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