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 미래 기술 트렌드 분석

AI에 의한 인종적/문화적 코드 왜곡 문제

dohaii040603 2025. 6. 23. 04:13

1. 인공지능이 문화적 감수성을 놓치는 이유

AI의 발전은 언어, 이미지, 영상, 음악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 생산에 있어 획기적인 속도와 확장성을 제공하지만, 그 이면에는 ‘문화적 맥락의 결핍’이라는 본질적 한계가 존재한다. 인공지능은 본래 훈련 데이터에 의존해 학습하며, 이러한 데이터는 전 세계 다양한 웹 콘텐츠, 기사, 이미지, SNS 포스트 등에서 수집된다. 하지만 이 데이터는 ‘어떤 문화권에서, 누가, 어떤 의도로 생산했는지’에 대한 메타정보를 내포하지 않으며, 더욱이 각 문화가 갖는 고유한 문맥, 역사적 상처, 표현의 금기 등을 이해하지 못한 채 단순 통계적 패턴으로만 텍스트와 이미지를 해석한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 출신 모델을 ‘전통적으로 묘사하라’고 입력할 경우, AI는 흔히 ‘동물 무늬, 창, 부족 복장’을 강조한 스테레오타입 이미지를 생성한다. 이는 인종주의의 시선이 반영된 과거 서구 시각자료의 편향된 누적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동아시아 여성에게 ‘아름다움’을 부여할 때 AI는 ‘피부가 매우 하얗고, 입이 작으며, 온순한 표정’을 출력하는데, 이는 20세기 동아시아 문화에서조차 탈피하고자 했던 기형적 미의 기준이다. 이렇게 AI는 인간이 ‘극복하고자 하는 문화 코드’를 무비판적으로 재현하며, 인공지능이 스스로 편견을 영속화하는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AI에 의한 인종적/문화적 코드 왜곡 문제


2. 인종적 표상 왜곡 – 반복되는 이미지의 오류

이미지 생성 AI나 영상 기반 딥페이크 기술이 상용화되면서, 특히 인종적·문화적 재현의 오류가 현실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흑인 캐릭터가 과장되게 묘사되거나, 인도계 인물이 서구의 복식과 문법을 강요당하거나, 중동계 여성들이 부정확한 히잡 스타일로 나타나는 등 ‘잘못된 문화표상’은 단순한 기술 오류가 아닌 문화적 왜곡의 결과다. 이때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AI가 ‘중립적이지 않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훈련되며, 이 데이터가 과거 식민주의적 시선이나 백인 중심주의, 남성 중심적 미디어 구조로부터 기인한다는 점이다.

텍스트 기반 AI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반복된다. 특정 국적, 인종, 성별을 설정했을 때의 답변 경향은 실제로 그 집단에 대해 갖고 있는 사회적 편견을 강화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CEO 역할에 어울리는 인물’을 묘사하라는 요청에 백인 남성 중심의 묘사가 반복되고, ‘간호사’에 대한 설명은 여성으로 고정되는 일이 잦다. 이 같은 결과는 AI가 스스로 차별을 생성하는 것이 아니라, 차별이 반영된 사회 구조적 데이터의 반영이며, 결국 AI는 ’기존 편향 구조를 디지털화하고 자동화하는 장치’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왜곡은 단순히 표현상의 오류로 끝나지 않는다. 글로벌 광고 캠페인, 교육 콘텐츠, 취업 필터링 시스템, 경찰의 범죄 예측 시스템 등 실제 인간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분야에서 AI가 사용될 경우, 이 같은 왜곡은 실질적인 불이익과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 AI가 가해자가 되는 순간, 그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구조적 시스템화된 차별’로 진화하게 된다.

3. 문화 코드의 무지와 다문화 사회에서의 갈등

특히 다문화 사회에서는 AI가 의도치 않게 민족 간 갈등을 자극하거나 오해를 야기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언어 번역 AI가 일본어의 경어 표현을 무례하게 번역하거나, 히브리어와 아랍어 간의 표현을 정치적으로 편향되게 해석하는 경우, 이는 단순 기술적 문제로 치부할 수 없는 ‘문화적 정치성’을 지닌다. 문화적 코드의 해석은 단어 하나, 색상 하나, 표현 방식 하나에도 민감하게 작동한다.

AI가 ‘기본값(default)’으로 삼고 있는 문화는 대체로 미국 중심의 백인 남성 기준이라는 점에서, 이탈된 문화는 모두 ‘비정상적인 예외’로 간주되는 함정을 안고 있다. 이로 인해 비서구 문화권, 특히 원주민 사회, 이슬람 문화권, 동남아의 다언어·다문화 복합사회에서는 AI 시스템이 비문명화하거나 ‘이질적’으로 분류하는 경향이 드러난다. 이는 기술적 비효율성만이 아닌, 문화적 모욕으로 해석될 수 있다.

더 나아가, AI 번역·추천 알고리즘이 특정 문화권의 콘텐츠 노출을 차단하거나 소외시키는 현상도 존재한다. 알고리즘이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에서 비주류 언어·문화의 노출 빈도를 현저히 낮추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AI는 문화 간 균형이 아닌, 문화 간 편향과 위계구조를 재생산하게 되며, 이는 지구적 관점에서 ‘디지털 식민주의(digital colonialism)’로까지 확장된다. 기술은 진보했지만, 그 안의 인식은 여전히 중심과 주변을 구분하며 타자를 규정한다.

4. AI의 윤리적 설계와 공정성 확보를 위한 과제

이처럼 AI에 내재된 인종적·문화적 왜곡 문제는 단순한 데이터 정제의 수준을 넘어서, 기술 윤리와 설계 철학의 근본적 변화 없이는 해결되기 어렵다. 첫째, 다문화 감수성을 반영한 데이터셋 구축이 필요하다. 다양한 언어, 지역, 역사적 맥락을 반영한 데이터가 AI 훈련의 기반이 되어야 하며, 지역 커뮤니티가 데이터 수집과 검증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 둘째, 인공지능 개발 단계에서부터 문화적 전문가와 인류학자, 사회학자가 함께 참여하는 다학제 협력이 중요하다.

셋째로, 알고리즘의 작동 방식에 대한 설명가능성과 투명성도 확보해야 한다. 왜 특정 결과가 도출되었는지에 대한 해석이 가능해야만, 문화적 차별이나 인종적 왜곡이 발생했을 때 그것을 바로잡을 수 있다. 넷째, AI 기업과 개발자는 사회적 책임을 인식하고, 공정성 평가 기준과 감시 체계를 자발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는 윤리적 AI 개발 가이드라인을 더욱 구체화하고, 실제 실행력을 갖추는 방향으로 법제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결국, AI는 인간이 만든 시스템이며, 인간의 인식과 판단, 가치가 반영된 기술이다. 따라서 AI의 왜곡은 기술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그 기술을 만든 사회의 왜곡이 반영된 결과다. 인공지능의 문화적 편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술이 문화를 배워야 하고, 기술 개발자가 문화적 겸손함을 갖추어야 하며, 사회는 기술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민적 역량을 키워야 한다. 문화 다양성과 포용성은 단지 이상적인 가치가 아니라, AI 시대의 기술이 지속가능하게 작동하기 위한 핵심 인프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