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 미래 기술 트렌드 분석

AI를 활용한 마을 내 분쟁 조정 실험

dohaii040603 2025. 6. 28. 18:42

1. 갈등이 일상인 지역 사회, AI로 해법을 모색하다

마을 공동체는 도시와 달리 밀접한 관계망 속에서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작은 땅 경계 분쟁부터 주차 문제, 마을 회관 운영 방식에 대한 이견, 축제 비용 분담, 소음 민원 등 크고 작은 갈등이 일상적으로 발생한다. 특히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구성원 수가 줄어드는 농어촌 지역일수록 소수의 사람들끼리 지속적으로 부딪히는 일이 빈번해져 갈등이 더 깊어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민 스스로 중재자가 되기 어려운 현실 때문에 분쟁이 장기화되거나 감정적 골이 깊어져 공동체의 결속이 흔들리곤 한다. 이에 최근 몇몇 지방자치단체와 연구기관이 AI를 마을 분쟁 해결에 접목하는 실험을 시작했다. AI는 방대한 데이터 학습을 통해 주민 간 이해관계, 과거 분쟁 사례, 중재 방식을 분석하고, 갈등의 원인과 해소 방향을 객관적으로 제시할 수 있다.

AI 분쟁 조정 시스템은 마을 이장이나 주민 대표가 감정적으로 치우치기 쉬운 상황에서 중립성을 보장할 수 있어, 주민들의 신뢰를 얻는 데 유리하다. 예를 들어 AI는 대화를 텍스트로 기록·분석해 주관적 감정이 아닌 사실 관계를 기반으로 조정안을 설계한다. 또한 AI는 과거 유사 사례에서 효과적이었던 해결 방안을 제시하거나, 현행 법규 및 마을 규약과 비교해 현실성 있는 대안을 추천한다. 이처럼 AI가 갈등 현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적합한 솔루션을 제공함으로써 기존 방식으로는 해결이 어려웠던 분쟁을 새로운 차원에서 다룰 수 있는 가능성을 열고 있다.

AI를 활용한 마을 내 분쟁 조정 실험


2. AI 기반 분쟁 조정 실험 사례와 현장 반응

최근 몇몇 지자체는 AI 기반 마을 분쟁 조정 파일럿 프로그램을 도입해 주민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충남의 한 농촌 마을에서는 경로당 개보수 비용 분담 문제로 1년 넘게 대립하던 주민들이 있었다. AI 시스템은 주민별 재정 상황, 과거 회의록, 마을 운영 관행 데이터를 학습해 ‘소득 비율에 따른 합리적 분담안’을 추천했고, 다수의 주민들이 이를 수용해 단기간에 합의를 이뤘다. 경북의 한 어촌에서는 공동 주차장 사용권 문제로 발생한 갈등을 AI가 조정했는데, 각 가구의 차량 이용 빈도, 주차장 근접성, 필요성 등을 분석해 이용 스케줄을 자동 생성했다. 이 결과 주민들 사이에서 “사람이 말하면 싸움이 되지만 AI가 말하니 받아들일 수 있었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처럼 AI가 중립적 조정자로 기능하면서 주민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것을 막고, 오히려 대화를 시작하는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특히 분쟁이 반복되는 패턴을 파악해 향후 유사 갈등을 예방하는 ‘리스크 예측 모델’을 함께 도입한 사례에서는 주민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 AI는 마을 행사, 도로 보수, 공용 시설 관리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갈등 관리 DB를 축적해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의 조짐을 조기에 포착하고, 맞춤형 대응 방안을 제시한다. 이러한 데이터 중심의 분쟁 예방은 전통적인 중재자 중심 방식을 보완하는 새로운 모델로 평가받는다.

3. 윤리적 쟁점과 데이터 신뢰성 확보의 과제

AI 분쟁 조정 시스템의 도입은 혁신적인 접근이지만, 동시에 윤리적 논란과 데이터 신뢰성 문제도 동반한다. 우선 AI가 주민들의 개인정보, 소득 정보, 가정 환경 등의 민감한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 과정에서 정보 유출 우려가 크다. 실제 일부 시범 마을에서는 조정 과정에서 누군가의 재산 상황이나 과거 분쟁 내역이 유출되면서 2차 갈등이 발생한 사례가 보고됐다. AI의 추천안을 주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할 경우 특정 주민이 불이익을 본다는 오해가 생길 수 있고, 비공개로 할 경우 오히려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딜레마도 존재한다.

또한 AI가 사용하는 데이터는 과거의 관행이나 불완전한 기록에 기반하기 때문에, 입력된 데이터 자체가 편향되어 있다면 AI가 내놓는 조정안도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주민이나 세대의 주장만 기록된 회의록을 학습하면, AI는 이를 다수의견으로 오해할 수 있다. 이런 문제를 방지하려면 주민 모두의 의견을 포괄하고 균형 있는 데이터를 확보해야 하며, AI 알고리즘의 동작 방식을 주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하는 절차가 필수적이다. AI의 결정이 절대적 기준처럼 받아들여질 경우, 마을 내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4. AI 분쟁 조정의 미래와 주민 역량 강화의 중요성

AI 기반 분쟁 조정이 지역사회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진보만으로는 부족하다. 무엇보다 주민들이 AI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마을 단위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AI 작동 원리, 데이터 제공 방식, AI가 제안하는 해법을 주민이 비판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AI의 권고가 전부가 아니라 참고자료라는 인식이 자리잡을 때, AI는 공동체를 강화하는 유용한 조력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또 AI가 제안하는 합의안을 주민 총회 등에서 충분히 논의하고, 보완할 수 있는 민주적 구조를 유지해야만 AI가 갈등 해결에 기여하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향후 AI 분쟁 조정 시스템이 더 발전한다면, 단순히 마을 내부 분쟁을 넘어 인접 마을 간의 갈등, 행정기관과의 협상 등으로 적용 범위를 넓힐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마을 간 경계 조정 문제, 상수도 공유 갈등 등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사안도 AI의 데이터 분석력을 활용하면 객관적 근거를 바탕으로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확장은 기술 신뢰성, 데이터 보호, 투명성 확보라는 3대 과제를 충족시켜야만 가능하다. AI가 공동체 분쟁을 해결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기술과 주민 참여가 함께 진화해야 하며, 이를 통해 갈등을 넘어 협력으로 나아가는 지속가능한 마을 발전을 이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