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창작자는 누구인가 – 인간 아닌 ‘무언가’의 등장
‘저작권’은 본질적으로 ‘창작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다.
이는 단지 결과물이 아니라 그 결과를 만들어낸 주체의 창의적 노력과 개성을 보호하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이제 우리는 묻게 된다.
그 창작자가 ‘인간’이 아닐 경우, 그 권리는 누구의 것인가?
AI가 만든 그림, AI가 쓴 시, AI가 작곡한 음악,
그 결과물이 인간의 손을 거치지 않고 나왔다면,
그건 누구의 창작물일까?
이 질문은 단순한 철학이 아니라
지금 전 세계 법률 시스템이 마주하고 있는 새로운 현실이다.
2022년 미국에서는 AI가 만든 이미지로 구성된 만화책이
저작권 등록을 신청했으나 **“AI가 만든 이미지에는 저작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이유는 명확했다. “저작권은 인간의 창작에만 적용된다.”
그러나 이 결론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왜냐하면 AI는 단순히 명령을 실행하는 단계를 넘어,
**기계 학습(Machine Learning), 생성 모델(Generative Model), 강화학습(Reward Learning)을 통해
스스로 조합하고 선택하는 능력을 갖춘 새로운 ‘창작 파트너’**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창작자의 자격 요건이 ‘창의성’이라면,
AI의 행동이 그 정의에 들어맞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즉, 지금 우리는 단순히 “AI에게 저작권을 줄 수 있는가?”가 아니라,
“‘창작’이란 무엇이며, 그 권리는 누가 가지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다시 마주하고 있는 셈이다.
2. 법은 어떻게 판단하고 있을까 – 주요 국가의 대응 사례
현재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저작권의 주체가 ‘자연인’, 즉 사람으로 한정된다.
하지만 이 원칙 아래에서도 국가별로 AI 창작물에 대한 태도는 조금씩 다르다.
다음은 대표적인 국가들의 입장을 비교한 내용이다.
미국 – 창작자는 ‘인간’만 가능
미국 저작권청(US Copyright Office)은 2023년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AI가 만든 콘텐츠에 대해서는 “인간의 창의성이 개입된 부분만 보호 대상”이며
AI가 단독으로 생성한 결과물은 저작권 등록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즉, ChatGPT가 혼자 쓴 글이나 Midjourney가 만든 이미지에
인간의 수정이나 구체적 연출 없이 완전히 자동으로 생성되었다면,
그것은 법적으로 ‘무주물’이다.
영국 – 창작자는 AI도 가능, 단 ‘개발자’가 저작권자
영국은 상대적으로 유연하다.
영국 저작권법(CDPA)은 **“비인간적 창작물의 경우, 그것을 만든 프로그램의 개발자나 운영자에게 권리를 부여한다”**고 명시했다.
즉, AI가 만든 창작물이라 하더라도
그 AI를 프로그래밍하고 활용한 사람이 저작권자가 될 수 있다.
유럽연합(EU) – 생성 AI의 저작물은 ‘창작자의 보조물’로 간주
EU는 2024년 통과된 AI법(AI Act)에서
AI의 저작물 자체에는 저작권이 부여되지 않되,
그것을 활용한 사람의 창의성이 입증되면 보호 가능하다고 규정했다.
예: AI로 만든 초안을 바탕으로 사람이 수정한 디자인은 보호 가능.
핵심은 ‘인간의 개입이 있었느냐’이다.
한국 – 명확한 입법은 없으나 ‘사람 중심 원칙’ 유지
대한민국은 현재 AI 창작물에 대한 별도의 저작권 규정은 없다.
다만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I는 저작권 주체가 될 수 없으며,
AI가 생성한 결과물도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니라고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문제 제기가 계속되며
2025년 내 관련 입법이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요약하자면, 대부분의 국가는 여전히 **“AI는 저작권자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 결과물의 사용권·소유권에 대해서는
점점 인간의 역할과 기여를 중심으로 해석의 유연성을 높여가고 있는 중이다.
3. 철학적 질문 – 창작이란 무엇이며, 주체는 어떻게 정의되는가?
AI 저작권 논의의 핵심에는 결국 한 가지 질문이 있다.
“창작이란 무엇인가?”
우리가 지금까지 당연하다고 여겼던 ‘창작’은
감정, 상상력, 경험, 문맥을 바탕으로 한 인간의 고유한 활동이었다.
하지만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여
새로운 조합과 표현을 ‘예측’ 기반으로 생성한다.
이는 전통적인 창작 개념과는 분명 다르지만,
결과물의 수준은 이미 인간 작가의 창작물에 비견될 만큼
완성도 높고 독창적인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질문은 복잡해진다.
• 의도를 가지고 만든 것이 창작인가?
• 감정이 있어야 창작인가?
• 창작물에 주체의 개입이 명확히 증명되어야 하는가?
한편, 인간 역시 때때로 ‘우연’에 기대 창작하기도 한다.
예술가가 무의식 중에 그린 그림, 즉흥적으로 연주한 음악,
자연에서 받은 영감으로 적은 시도 모두 창작물로 인정된다.
이처럼 창작에는 반드시 ‘의식적 의도’가 필요한가에 대한 반론도 가능해진다.
또한 AI는 지금도 빠르게 발전 중이다.
생성형 AI는 사용자의 명령을 넘어서 ‘자율적 의사결정’에 가까운 방식으로
콘텐츠를 생성하고, 리듬, 패턴, 문법까지 ‘선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AI는 도구일 뿐이다”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여기서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AI를 도구로만 규정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형태의 창작 주체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이 선택은 단순한 법률 문제를 넘어,
예술의 본질, 인간의 역할, 창조의 정의를 다시 써 내려가는 일과 같다.
4. 미래의 저작권 – 공존을 위한 새로운 제도의 탄생 가능성
AI의 창작이 일상이 된 지금,
우리는 창작자와 도구의 경계를 다시 정의해야 할 시점에 도달했다.
그리고 이는 ‘기존 저작권 제도’만으로는 다 포괄할 수 없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새로운 형태의 권리 보호 체계를 제안하고 있다.
1) 인공지능 저작물 ‘등록제’ 도입 가능성
AI가 만든 창작물을 기존 저작권이 아닌
신규 창작물 등록체계로 분류하는 방안이 논의 중이다.
이 경우, ‘AI 생성 콘텐츠 등록소’를 만들고,
이를 통해 일정 기간 사용권, 공개 범위, 원작자 기여율 등을 관리한다는 구상이다.
2) 인간-AI 공동 저작 개념 정립 필요
‘공동저작물’이라는 개념을 확장해
인간이 AI와 협업하여 만든 결과물에 대해
공동 창작자로서 등록하고, 일정 비율로 권리를 나눌 수 있게 하는 제도도 고려되고 있다.
이는 특히 디자인, 영상, 게임, 음악 등 협업형 창작물에서 실현 가능성이 높다.
3) AI가 만든 창작물의 ‘퍼블릭 도메인화’
AI가 완전 자동으로 만든 콘텐츠는
‘인류 공동 자산’으로 간주해
**퍼블릭 도메인(public domain)**으로 편입시키자는 주장도 있다.
이는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하되,
상업적 사용 시에는 일정한 투명성을 확보하게 하는 방식이다.
4) 저작권을 넘어선 ‘데이터 윤리’의 등장
앞으로 중요한 것은
AI가 학습한 데이터, 즉 기존 인간 창작물의 저작권 보호다.
AI가 학습한 이미지, 텍스트, 음악이 무단 사용된 경우
그 창작자는 어떻게 보호받을 것인가?
이 문제는 AI 생성물의 저작권보다 더 복잡하고 폭넓은 ‘데이터 저작권’이라는 개념을 요구하게 된다.
결국, AI와 인간이 공존하는 창작의 미래는
단순한 보호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기여를 인식하고, 공정하게 권리를 분배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창작은 이제 더 이상 혼자만의 일이 아니다.
AI와 함께 그리는 창작의 시대,
그 속에서 우리는 어떤 이름으로, 어떤 권리로 서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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