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AI는 도구일 뿐이다” – 창작의 주체는 여전히 인간
많은 예술가들은 여전히 AI를 하나의 ‘확장된 붓’,
즉, 창작을 보조하는 기술적 도구로 인식하고 있다.
이들은 AI를 통해 새로운 형태, 색채, 텍스처를 실험하면서도
그 중심에는 ‘자신의 감정, 사유, 목적’이 있다고 믿는다.
서울에서 활동 중인 미디어 아티스트 김도형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AI는 결과물을 빠르게 스케치할 수 있게 도와주지만,
내가 뭘 말하고 싶은지까지 알려주진 않아요.
방향은 제가 정해야 하고, 의미는 제가 부여해야 하죠.”
그에게 AI는 페인터의 팔과 같고, 사진작가의 렌즈와 같으며,
즉 ‘수단’이지만 ‘주체’는 아니었다.
AI를 통해 무한히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는 점은 흥미롭지만,
그 안에서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는 결국 인간의 몫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앤디 제임슨(Andy Jamison)**도 비슷한 의견을 남겼다.
“나는 Midjourney로 초안을 잡고, 나만의 회화로 재구성한다.
AI가 준 아이디어는 ‘디지털 꿈’ 같은 느낌이다.
진짜 그림은 그 꿈에서 깨어났을 때, 내가 만든다.”
이처럼 많은 작가들은 AI를 창작의 자극제,
새로운 팔레트의 일부로 인정하면서도,
진짜 창작은 여전히 ‘고뇌와 선택의 흔적’이 남아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기계는 흉내는 낼 수 있지만, 감정은 가질 수 없으며,
그 감정 없는 창작은 ‘작품’은 될지언정 ‘예술’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2. “AI는 협업자다” – 공저자적 존재로서의 인공지능
반면 AI를 단순 도구가 아닌
하나의 창작 파트너로 받아들이는 예술가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AI가 창의적 의사결정의 일부를 담당하는 순간을
‘새로운 협업’의 영역으로 인식한다.
**스페인 디지털 아티스트 클라라 누네즈(Clara Nuñez)**는
AI와 공동 창작을 ‘즉흥연주’에 비유한다.
“나는 질문을 던지고, AI가 답한다.
그 답이 내가 예상하지 못한 방향일 때 창작은 진짜 흥미로워져요.
그게 바로 영감이라는 거죠.”
그녀는 Midjourney나 Stable Diffusion으로 얻은
초현실적 이미지를 기반으로 회화, 설치, 영상 작업까지 확장해낸다.
그 작업의 과정은 ‘지시-생성-변형-응답’의 반복이며,
그 속에서 AI는 단순히 그림을 만드는 도구가 아닌
‘예측 불가능한 아이디어 파트너’가 된다.
한국의 사운드 아티스트 이현주 작곡가는
AI 작곡 프로그램을 통해 생성된 음악과
자신의 작곡을 섞어 연주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한다.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AI가 만드는 리듬은 무표정하지만,
거기에 내 감정이 들어가면 그건 더 이상 기계음이 아니에요.
‘우리는 서로를 통해 낯선 감정을 만들어내고 있어요.’”
이러한 예술가들에게 AI는
단지 효율을 위한 도구가 아닌,
새로운 자극을 주는 ‘공저자’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AI의 무한 반복 가능성과 예측 불가능성은
인간이 갖지 못한 창조적 방식의 영감을 제공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도 공통적으로 말한다.
“AI는 협업자일 뿐, 내가 빠지면 예술은 멈춘다.”
3. “AI는 위협이다” – 창작의 생계를 위협하는 존재
다른 한편에선 AI에 대해 두려움과 불안을 표현하는 작가들도 많다.
이들에게 AI는 기술이 아니라 생존을 위협하는 경쟁자다.
일본의 일러스트레이터 하야시 유우는
“한 장 그리는 데 일주일 걸리던 그림을
AI는 단 30초 만에 수십 장을 뽑아낸다.
클라이언트는 이걸 보고 작가에게
‘AI처럼 할 수 없냐’고 묻는다.
그 말 한마디에 내 창작의 존엄이 무너진다.”
창작의 대가가 점점 낮아지고,
AI 아트가 이미지 검색 결과를 점령하면서
‘사람의 손’으로 만든 것의 가치는 희미해지고 있다.
특히 커미션 일러스트, 굿즈 디자인, 북커버 아트 등
상업 예술 분야에 종사하는 작가들은
이미 AI로 대체되는 현실을 실감하고 있다.
국내의 한 그래픽 디자이너도 말한다.
“고객이 ‘이건 AI로 만들면 공짜 아니에요?’라고 말했을 때,
나는 스스로를 설명해야 했다.
‘저는 사람이에요. 감정을 담아 작업해요.’
하지만 그건 설득이 아니라 변명이 되어가고 있다.”
이런 예술가들에게 AI는
창작의 도구가 아니라,
노동가치를 가볍게 만드는 기술이자
창작자 자신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존재다.
그렇다고 AI를 무조건 거부할 수는 없다.
그러니 이들은 AI의 남용을 막는 법적 장치와
‘인간 창작물에 대한 명확한 라벨링’을 요구한다.
즉, “누가 만들었는지를 명확히 해달라”는 절박한 요청이다.
창작이 존중받으려면, 창작자의 존재부터 먼저 인정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4. “AI는 내 안의 또 다른 나” – 예술과 존재의 경계 실험
끝으로, 일부 예술가들은 AI를
자신 안의 또 다른 자아로 받아들이는 실험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그들은 AI가 만든 것을
‘내가 아니라 또 다른 내가 만든 예술’로 보고,
자기 분열과 창작 확장의 지점으로 해석한다.
독일의 뉴미디어 작가 엘리사 브란트는
AI로 생성한 자화상 시리즈에
‘I Made Me, But Not Myself’라는 타이틀을 붙였다.
“나는 나를 설명할 수 없지만,
AI는 나의 패턴으로 나를 만들어낸다.
그건 나인 동시에 나 아닌 존재,
나의 새로운 자아의 탄생이다.”
이런 방식의 작업은 AI를 거울처럼 사용하는 창작의 실험이다.
그들은 AI에게 자신을 설명하게 하고,
그 설명 속에서 ‘자기 자신도 몰랐던 면모’를 발견한다.
즉, AI를 통해 인간 스스로의 감정, 정체성, 창의성을 다시 들여다보는 것이다.
국내의 영상예술 작가 문서연도 AI를 통해
‘기억되지 않은 감정’을 이미지로 복원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나는 어릴 적 슬펐던 어떤 장면을 기억하지 못해요.
하지만 그걸 AI에게 설명했더니
이미지가 만들어졌어요.
그 이미지는 내가 본 적 없는 슬픔인데,
이상하게 눈물이 나더라고요.”
AI는 외부의 존재이면서,
우리 안의 또 다른 무의식을 건드리는 미디어가 된다.
예술가들은 그 속에서 새로운 자아를 탐색하고,
정체성의 경계를 확장하는 창작의 방향을 모색한다.
이는 단순히 ‘AI를 어떻게 쓸 것인가’를 넘어서
‘나는 누구인가’, ‘내 창작은 어디서 오는가’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예술가들은 그 질문 속에서 여전히 고뇌하고, 실험하고, 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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