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 미래 기술 트렌드 분석

AI로 생성된 종교 설교문 – 믿음의 주체는 누구인가?

dohaii040603 2025. 6. 12. 20:42

1. 설교문의 주체가 기계가 될 수 있을까? – 종교의 권위와 AI의 도전

오늘날 인공지능은 문학, 음악, 시각 예술을 넘어서 종교와 영성의 영역까지 침투하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주목받은 것은 바로 ‘AI가 작성한 설교문’이다. 실제로 독일의 루터교회는 AI 목회자가 설교를 전하는 예배를 시도했고, 일본에서는 불교 사찰에서 AI 로봇이 법문을 설파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시도는 종교적 텍스트를 단순히 재구성하거나 요약하는 기능을 넘어, 청중의 정서에 호소하는 ‘믿음의 메시지’를 기계가 전달할 수 있느냐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과연 신과 인간 사이의 중재자 역할을, 창조된 언어모델이 대신할 수 있는가?

전통적으로 종교 설교는 인간 목회자, 승려, 성직자가 수행하는 ‘영적 해석의 결과’로 여겨졌다. 이들은 신학적 훈련을 받고 공동체 내에서 권위를 획득하며, 자신만의 체험과 영성을 바탕으로 설교를 만든다. 반면 AI는 기존의 종교 문헌, 철학적 담론, 대중 감정 데이터를 학습하여 그럴듯한 텍스트를 출력한다. 그러나 이 메시지에는 ‘신의 계시’라는 본질적 요소가 결여되어 있다. 아무리 감성적이고 철학적인 표현을 구사한다고 해도, 그것이 기계적 계산의 산물이라는 사실은 청중에게 신뢰의 단절을 야기한다. 여기서 우리는 본질적인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믿음을 구성하는 주체는 설교문의 내용인가, 아니면 그것을 전달하는 존재의 정체성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단순하지 않다. 현대 신학자 중 일부는 “진실된 메시지는 누구의 입을 통해 전달되든 의미가 있다”고 말하지만, 전통 종교 공동체는 여전히 영적 권위를 인간에게 귀속시키려 한다. 설교란 단지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신의 의지를 해석하고 공동체에 살아있는 윤리와 의미를 제공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AI는 이러한 ‘영적 공동체성과 책임’을 어떻게 가질 수 있는가? 인간이 고뇌 속에서 길어 올린 신앙의 언어를, 과연 알고리즘이 대체할 수 있을까? 이 물음은 단순한 기술적 가능성의 문제를 넘어서, 인간과 신의 관계를 매개하는 자격과 본질에 대한 철학적 탐구로 연결된다.

 

AI로 생성된 종교 설교문 – 믿음의 주체는 누구인가?


2. 언어의 신성성과 기계 번역 – 신의 말씀인가, 데이터의 조합인가

종교에서 ‘말씀’은 단순한 문장이 아니다. 말씀은 곧 신의 뜻이며, 인간에게 주어진 초월적 계시이다. 따라서 기계가 텍스트를 생산할 수는 있지만, 그 언어에 ‘신성함’이 담길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은 여전히 유효하다. 인공지능은 성경, 꾸란, 불경 등의 방대한 종교 문헌을 학습하고 그 구조와 어휘, 감정을 모사해 설교문을 생성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통계적 유사성과 의미망의 결합일 뿐이다. 즉, ‘말씀’의 외형은 모사할 수 있어도, 그것이 인간의 영혼을 울리는 ‘신의 소리’로 기능할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다.

예를 들어, AI가 작성한 설교문이 고통받는 이들에게 위로를 주거나 공동체의 윤리적 각성을 이끌어낼 수 있다면, 그것은 기능적으로 훌륭한 메시지일 수 있다. 하지만 설교가 단순한 기능이 아니라, 신과의 관계, 역사적 전통, 교회나 사찰의 의례와 연결되어 있을 때, AI가 과연 그러한 ‘관계의 층위’까지 이해하고 전달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언어는 단어의 조합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특정 종교의 맥락 속에서만 발화될 수 있는 단어, 억양, 은유가 존재한다. 그리고 그것은 데이터셋으로 환원되지 않는 인간 문화의 축적이며, 세대 간 신념의 전승이다.

더욱이 설교란 독백이 아니라, 청중과의 ‘상호작용’이다. 목회자가 강단에서 청중의 눈빛, 숨소리, 기도의 울림을 느끼며 설교의 톤을 바꾸듯, AI는 현재로선 그러한 즉각적이고 비가시적인 신호에 반응하는 능력이 없다. AI의 설교는 정적인 콘텐츠이고, 살아 있는 공동체의 리듬과 감정을 읽지 못한 채 배포되는 텍스트일 뿐이다. 이 점에서 우리는 다음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신의 말씀은 전달 방식의 진화로 확장되는가, 아니면 특정한 사람과 장소, 시간 속에서만 완성되는 것인가? AI의 언어가 아무리 정교해지더라도, 신성함은 기계 학습으로 도달할 수 있는 차원인지에 대한 의문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3. 신앙의 주체성과 AI – 믿는 존재는 누구이며, 누구를 믿는가?

종교는 믿음의 체계이다. 그리고 믿음은 존재론적 기반 위에서 발생한다. 인간은 고통, 질문, 삶의 의미에 대한 갈망 속에서 신을 찾고, 그 신과의 관계를 통해 ‘신앙’을 형성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인간이 ‘스스로’ 믿는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AI 설교문이 제시될 때, 우리는 누구를 믿는가? AI가 말한 메시지를 믿는 것인가, 그 메시지를 작성하게 한 인간의 손길을 믿는 것인가, 아니면 그 너머의 신을 향해 계속 믿음을 투사하는 것인가?

여기서 신앙의 주체성과 도구성의 문제가 부각된다. 인간 설교자는 자신의 체험, 고난, 공동체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메시지를 전하므로 청중은 그 존재 전체를 받아들이며 신뢰한다. 반면 AI는 설교문을 작성할 수는 있지만, 그 자체가 믿음의 주체가 될 수는 없다. 즉, AI는 메시지를 생성하는 도구일 뿐, 신앙의 실체나 증거가 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AI의 메시지를 사람들이 눈물 흘리며 받아들이고 감동받는다면, 이 감정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이는 AI 설교가 형식적으로 신앙을 흉내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인간의 정서와 신앙 경험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즉, 신앙은 인간의 내면에서 시작되기에, 전달자가 기계이든 사람이든 감정적 반응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감정이 지속적인 신념으로 연결되느냐는 점이다. 인간 설교자가 신앙 공동체 내에서 오랜 기간 신뢰를 쌓는다면, AI는 그 정체성과 도덕성을 기반으로 공동체의 일원이 될 수 있는가?

이러한 질문은 미래의 종교 형태를 예고하기도 한다. 일부 미래학자들은 “인공지능이 영적 지도자로 기능하는 시대가 올 수 있다”고 전망하지만, 이는 신앙의 공동체성이 붕괴되고, 신과 인간 사이의 관계가 알고리즘 기반 서비스화로 전환되는 미래일 수도 있다. 결국 우리는 묻게 된다. 믿음을 중재하는 존재는 감정을 느낄 수 있어야 하는가, 아니면 신의 뜻을 정확히 전달할 수 있으면 되는가?

4. 영성, 기계, 그리고 미래의 설교 – 인간 중심 신앙의 재정립 필요성

AI 설교문은 우리 시대의 거울이자 도전이다. 그것은 우리가 언어, 감정, 신념을 어떻게 정의하는지 묻는다. AI가 신학자들의 글, 종교 문헌, 대중 감수성을 바탕으로 설교를 ‘창조’할 수 있게 되면서, 우리는 설교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것은 정보 전달인가, 감동 유도인가, 아니면 영적 소통의 행위인가?

현재 기술은 AI가 점점 더 ‘사람처럼’ 말하고 위로하고 조언할 수 있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그 말에는 아직 영성이 없다. 즉, AI는 마음이 없고, 삶의 무게도 없고, 고난의 기억도 없다. 그렇기에 AI가 말하는 설교는 결국 인간의 언어를 재가공한 시뮬라크르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새로운 기술을 무시할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고독과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시대에, AI 설교는 잠시나마 정서적 지지의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점은 무시할 수 없는 종교적 가능성이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AI 설교를 받아들일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이분법적 사고보다, 인간 중심 신앙의 본질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라는 더 근본적인 문제에 주목해야 한다. 설교는 단순히 좋은 말을 듣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와 함께 삶을 성찰하는 경험이다. 그것은 인간만이 수행할 수 있는 고유한 영적 참여이며, AI는 그것을 ‘보조하는 기술’로 기능해야 한다. 우리는 기계가 아닌 인간의 고통과 사랑, 성장과 실수를 통해 신앙의 깊이를 더해 왔고, 앞으로도 그래야 한다.

결국 우리는 이런 결론에 도달한다. AI가 설교문을 생성할 수는 있어도, 신의 목소리를 대체할 수는 없다. 인간의 믿음은 텍스트나 알고리즘 그 자체가 아니라, 존재와 존재 사이의 관계에서 탄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AI 설교는 하나의 실험일 수는 있지만, 그것이 신앙의 본질을 대체할 수는 없다. 오히려 AI는 우리에게 이렇게 되묻는다. “너는 누구를 믿는가? 내가 말한 것을 믿는가, 아니면 그 너머의 신을 믿는가?” 그 물음에 우리가 스스로 답할 때, 비로소 인간 중심 신앙의 미래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