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 미래 기술 트렌드 분석

AI가 예술 수상작을 대체하는 시대 – 수용 가능한가?

dohaii040603 2025. 6. 21. 21:01

1. 인간의 고유 영역이었던 ‘예술’, AI가 들어오다

오랫동안 예술은 인간 고유의 창조성과 감성, 삶의 통찰이 담긴 표현으로 여겨졌다. 회화, 음악, 문학, 연극, 영화 등은 그 시대의 사회상과 개인의 내면을 반영하며 인류 문화사를 이끌어 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AI가 생성한 예술 작품들이 국제 미술전이나 문학상, 음악 경연 대회 등에서 수상하거나 후보로 오르는 일이 잦아지며 ‘예술의 정의’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2022년 미국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에서 미술 부문 1위를 수상한 작품 ‘Théâtre D’opéra Spatial’은 AI 이미지 생성 툴인 미드저니(Midjourney)로 만들어졌고, 관람객 다수는 이것이 인간이 창작한 것이라 믿었다.

이는 단지 기술적 진보의 문제를 넘어, ‘AI가 만든 작품도 예술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낳았다. 예술은 창작자의 의도, 표현의 자유, 감정 이입과 해석의 여지를 중심으로 논의되어 왔는데, 알고리즘이 만들어낸 결과물도 동일한 방식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까? 예술 수상작으로서의 AI 창작물이 인간 예술가와 동일한 가치와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우리는 이제 진지하게 이 문제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

 

AI가 예술 수상작을 대체하는 시대 – 수용 가능한가?


2. 예술 수상작 기준의 전환 – 창의성의 의미가 바뀌고 있다

AI가 예술 수상작의 후보가 되거나 실제 수상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창작물 평가의 기준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예술은 ‘기술적인 완성도’와 함께 ‘창의성’, 즉 ‘새로운 관점이나 미적 해석을 담은 시도’가 가장 중요한 평가 요소였다. 그런데 AI는 수많은 데이터셋을 기반으로 창의성을 모방하거나 조합하는 방식으로 콘텐츠를 생성한다. 인간의 창의성과는 방식이 다르지만 결과적으로 ‘새롭고 독창적으로 보이는’ 작품을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 GPT 계열의 언어모델은 새로운 소설의 플롯을 설계하고, 스토리의 흐름을 만들며 문체도 특정 작가의 스타일을 정교하게 흉내낸다. GAN(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 기반의 이미지 생성 AI는 르네상스 시대 미술과 현대 추상화를 섞어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해낸다. 이는 기존 예술 심사 시스템이 ‘무엇이 인간적인 창의성인지’를 구분하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이로 인해 인간 예술가들이 기존의 평가 구조 속에서 AI와 ‘같은 트랙’에서 경쟁하게 된다는 것이다. 심사위원단이 결과물 중심의 심사만을 수행할 경우, 인간 예술가의 창작과정에서의 노력이나 내면의 고뇌는 평가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다. 결국 ‘작품만을 본다’는 판단 방식은 인간과 AI 간의 본질적인 차이를 흐리게 만들며, 예술계 전반에 정체성과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3. 수용 가능한가? – 예술계와 사회의 대응 양상

AI가 예술 수상작을 대체하는 시대를 맞아, 예술계는 뚜렷이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부는 “기술은 도구일 뿐이며,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역량이 중요하다”며 AI를 활용한 창작을 적극 수용하고 있다. 특히 신진 작가들은 생성 AI를 이용해 제한된 자원 속에서도 주목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예술학교에서도 AI를 활용한 창작 수업이 늘어나고 있으며, 다양한 실험적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예술의 본질을 중시하는 전통 작가나 평론가들은 AI의 수상작 선정에 반발하고 있다. “창작자의 의도나 감정이 없는 작품을 어떻게 예술로 볼 수 있는가”, “심사 기준에 인간성과 서사성이 빠졌고, 예술이 산업적 평가 대상이 됐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예술 단체나 전시회 주최 측에서는 ‘AI가 만든 작품은 따로 분류해서 심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심지어 어떤 미술 공모전은 AI 생성물을 출품금지 대상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사회 전반의 수용도 역시 양극화되어 있다. 일부 대중은 AI 예술을 흥미롭고 혁신적이라고 보지만, 또 다른 일부는 감정 이입이나 작가와의 교감을 느끼기 어렵다고 말한다. ‘수상작으로서의 AI 예술’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정서적 저항도 분명히 존재한다. 결국 핵심은 기술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예술의 정의’를 어디까지 확장할 준비가 되어 있느냐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4. 앞으로의 방향 – 공존의 기준과 예술의 재정의

AI가 예술 수상작을 대체하는 시대는 이미 도래했고, 이를 막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우리의 과제는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다. 첫째, AI와 인간의 창작물을 평가하는 기준을 분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술 공모전이나 수상 시스템은 ‘AI 기반 예술’과 ‘인간 기반 예술’을 구분하여 각각의 가치와 창의성의 맥락을 반영한 심사 체계를 갖추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마치 사진과 회화를 구분하고 평가하는 것처럼, 기술적 기반의 차이를 인정하고 기준을 세분화해야 한다.

둘째, 교육과 정책 차원에서 ‘AI 창작 리터러시’를 강화해야 한다. 예술가들이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창작 파트너로 이해하고, AI의 한계를 파악하는 능력을 갖추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는 예술계뿐 아니라 관객이나 수용자 역시 AI 예술을 비판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함을 의미한다.

셋째, 윤리적 차원에서의 논의도 병행되어야 한다. AI가 수많은 데이터셋에서 ‘표절에 가까운 창작’을 하는 경우도 존재하고, 알고리즘 편향에 따라 일부 특정 스타일이나 문화만 과도하게 부각될 위험도 있다. AI 예술의 윤리 기준과 공정성, 다양성 보장을 위한 사회적 감시와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다시 질문해야 한다. “예술이란 무엇인가?” 인간의 감정, 서사, 시대정신이 담긴 창작과 AI가 조합한 창의적 결과물이 모두 ‘예술’이라면, 이 둘은 어떤 방식으로 공존하고 소통할 수 있을까? 지금은 수상작의 타이틀을 놓고 경쟁할 때가 아니라, 예술의 개념과 의미 자체를 재정의할 시점이다. AI는 인간을 위협하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 예술가가 스스로를 더 깊이 들여다보게 만드는 거울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