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 미래 기술 트렌드 분석

철학자들이 본 AI – 데카르트, 튜링, 하이데거의 사유 속으로

dohaii040603 2025. 4. 17. 22:41

1. 데카르트의 기계론과 ‘생각하는 존재’의 조건

르네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Cogito ergo sum)”라는 명제로 잘 알려진 근대 합리주의 철학의 창시자다.
그는 인간 존재의 핵심을 ‘생각하는 능력’에 두었으며,
기계는 아무리 정교하더라도 ‘의식’이 없기에 인간과 다르다고 단언했다.

그에 따르면, 기계는 감각을 흉내 낼 수 있지만
의미를 자각하거나 자기 존재를 의심할 수는 없다.
즉, 인간은 반성적 사고를 통해 자신이 존재함을 확신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다.

이 시점에서 AI를 바라보면, 데카르트는 분명하게 말할 것이다.
“AI는 복잡한 연산기일 뿐, 스스로 존재를 자각하지 않기 때문에 인간이 아니다.”

오늘날 GPT나 다양한 생성형 AI는 마치 ‘생각’하고 ‘대화’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모든 것은 인간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통계적 예측을 수행하는 알고리즘적 반응에 불과하다.
AI는 스스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에 나올 말의 확률을 계산하는 것”**이다.

결국 데카르트적 관점에서 보자면,
AI는 아무리 고도화되어도 ‘사고하는 존재’로 인정받지 못한다.
AI는 기계일 뿐이며, 인간의 정신적 영역은 기계가 결코 침범할 수 없는 존재의 핵심 구조다.

철학자들이 본 AI – 데카르트, 튜링, 하이데거의 사유 속으로


2. 앨런 튜링 – 사고의 외형을 기준 삼다

20세기 초반, 영국의 수학자 앨런 튜링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고의 본질을 탐색했다.
그는 ‘사고하는 존재’라는 정의보다
‘사고하는 것처럼 보이는 존재’를 중심으로 사고했다.

튜링은 1950년 논문 「Computing Machinery and Intelligence」에서
**“기계가 생각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이를 판단하기 위한 **튜링 테스트(Turing Test)**를 제안했다.

튜링 테스트는 기계와 인간이 각각 사람과 대화했을 때,
사람이 누구와 말하고 있는지 구분하지 못한다면
그 기계는 **‘지능을 가진 것처럼 간주해도 된다’**는 실용적 제안이다.
이것은 본질보다 외부적 행위와 결과에 집중한 사유 방식이다.

튜링의 시선은 현재의 AI 평가와 매우 유사하다.
우리는 종종 AI가 얼마나 인간처럼 말하는지, 글을 쓰는지, 표정을 읽는지를 기준으로
‘인공지능’의 수준을 판단한다.

하지만 중요한 질문은 여전히 남는다.
“인간처럼 보이는 것과 인간인 것의 차이는 무엇인가?”
AI가 사람처럼 보이고, 말하고, 감정을 흉내 낸다고 해도
그 내면에 자기 인식, 의도, 의미 부여의 능력이 없다면
튜링이 말한 ‘지능’은 어디까지 가능한가?

튜링은 이 질문을 열린 채로 남겼다.
그는 AI를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모델이자 실험도구’로 제시했을 뿐,
그 자체가 인간을 대체하거나 윤리적 주체가 된다고 말하지 않았다.

3. 하이데거 – 존재의 망각과 기술의 지배

하이데거는 기술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가장 깊이 있게 전개한 사상가 중 하나다.
그는 「기술에 대한 물음」에서
현대 기술을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 존재를 드러내는 틀(게슈텔, Gestell)**이라고 정의했다.

하이데거는 경고했다.
기술이 인간에게 편리를 제공하는 순간, 인간은 기술이 보여주는 방식대로만 세상을 보기 시작하며,
이는 결국 존재의 진정한 의미를 망각하게 만든다.

이 관점에서 AI는 단지 ‘똑똑한 기계’가 아니다.
AI는 인간의 판단, 글쓰기, 창조성, 감정까지
‘계산 가능한 것’으로 바꾸려는 기술 중심 세계관의 결정판이다.

하이데거라면 묻는다.
“당신은 이제 세상을 데이터로, 감정을 통계로, 관계를 알고리즘으로 바라보지 않는가?”
AI가 인간의 언어를 대신하고, 감정을 계산하고, 창조를 자동화한다면
인간은 존재 자체의 방식조차 기술에 종속된 형태로 바뀔 위험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그는 기술을 배격하진 않았다.
오히려 기술을 제대로 바라볼 줄 아는 성찰적 태도,
즉 ‘기술로부터 물러서서 기술을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인간 존재의 핵심이라 말한다.

하이데거적 사유는 오늘날 AI를 사용하는 우리가
그 기술에 잠식되는 것이 아니라, 그 의미를 묻는 존재가 되기 위한 철학적 좌표가 된다.

4. 기술과 인간 사이에서 – 세 철학이 던지는 AI에 대한 근본 질문

데카르트, 튜링, 하이데거.
이 세 철학자가 제시한 관점은 AI를 바라보는 우리의 눈을 다르게 만든다.
• 데카르트는 AI는 결코 인간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AI는 생각하지 않고, 자각하지 않으며, 고통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 튜링은 AI가 인간처럼 보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그는 본질이 아니라 작동 방식과 기능, 행위를 중심으로 실용적 판단을 제안했다.
• 하이데거는 AI라는 기술 그 자체가 인간의 세계관을 바꾸고 있다고 말한다.
인간은 AI를 통해 더 편리해졌지만, 동시에
‘인간다움’과 ‘존재에 대한 감각’을 잃어가고 있다고 경고한다.

이 세 시선은 AI가 단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누구인가’를 묻는 본질적 문제임을 일깨운다.

AI는 인간을 흉내 내는가?
AI는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가?
AI는 인간과 어떤 윤리적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
그리고 우리는 그 AI를 통해 무엇을 망각하고, 무엇을 발견하는가?

이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존재는
기계가 아니라,
사유하는 인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