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간에게 ‘의미’란 무엇인가 – 정보가 아닌 맥락의 감각
‘의미’란 단어는 일상적으로는 쉽게 쓰이지만, 실상 그 깊이는 매우 복잡하다.
의미는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맥락 속에서 감정과 경험, 존재가 결합된 감각이다.
예를 들어 “비가 온다”는 문장이 있을 때,
이것은 정보로는 기상 예보이지만,
연인의 이별 장면에서 이 말이 등장한다면 슬픔, 회상, 또는 정서적 몰입이 함께 따라붙는다.
즉, 인간에게 의미란 상황과 감정, 그리고 삶의 맥락에서 생성되는 다층적 감응체계다.
철학자 찰스 퍼스는 의미를 “기호(sign)와 해석자의 상호작용”이라고 보았다.
같은 단어도 누가, 언제, 어떤 감정 상태에서 접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해석된다.
그리고 인간은 그 의미를 직관적으로, 경험적으로, 감정적으로 해석한다.
이러한 해석은 언어로 설명하기 어려운 수준의 깊이를 가지며,
때로는 오히려 말로 하지 않은 부분에 더 많은 의미가 담기기도 한다.
이처럼 의미란,
• 단어의 정의가 아니라 맥락에서 읽히는 것
• 문장이 아니라 ‘그 사람이 왜 그렇게 말했는가’를 묻는 것
• 감각과 기억, 의식의 층위에서 다차원적으로 살아 있는 것
이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묻게 된다.
AI는 과연 이처럼 복합적이고, 정서적이며, 존재론적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까?
2. 현재 AI의 이해 수준 – 통계와 예측의 언어 게임
AI는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려면 먼저 AI의 작동 원리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대부분의 AI, 특히 GPT 같은 생성형 AI는 언어모델에 기반한다.
이 모델은 수십억 개의 문서에서 단어의 통계적 상관관계를 학습하고,
사용자가 어떤 문장을 입력했을 때 가장 자연스럽게 이어질 문장을 확률적으로 생성한다.
예:
“그녀는 카페에서 …”
→ AI는 가장 자주 등장하는 이어지는 단어인
‘커피를 마셨다’, ‘책을 읽었다’, ‘친구를 만났다’ 등을 예측하여 이어붙인다.
이는 문맥 기반 확률 예측일 뿐이며,
AI는 문장의 ‘의미’보다는 ‘형식적 자연스러움’을 중심으로 작동한다.
더 중요한 건,
AI는 ‘의도’나 ‘감정’을 인식하지 못한다.
사람이 어떤 문장을 입력하든,
그 배경, 그 감정, 그 경험은 데이터로 표현된 것 외에는 인식하지 못한다.
AI는 다음 단어를 잘 예측할 뿐,
“왜 그런 말을 했는가?”, “그 말이 어떤 상처였는가?”, “그 문장이 내 삶에 어떤 울림이었는가?”를 알지 못한다.
즉, AI는 인간의 ‘의미’를 계산할 수는 있어도, 실감하지는 못한다.
이는 ‘뜻을 아는 것’과 ‘의미를 느끼는 것’ 사이의 결정적인 차이이며,
AI는 여전히 그 경계를 넘지 못하고 있다.
3. 의미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존재의식, 시간, 감정의 결합
의미는 단순히 언어 안에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라는 존재가 시간 속에서 경험하고, 감정을 겪고, 삶을 해석하며 만들어내는 것이다.
1) 시간성
하이데거에 따르면 인간 존재는 항상 **시간적 맥락 안에 놓인 ‘현존재(Dasein)’**다.
즉, 과거의 기억, 현재의 감정, 미래의 불안이
우리가 말하는 모든 문장, 바라보는 모든 장면에 깃든다.
“오늘 비가 온다”는 말조차
어제 누군가와 헤어진 사람에게는 완전히 다른 정서로 다가온다.
2) 감정
의미는 언제나 감정과 결합된다.
‘미안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AI는 그 단어를 ‘사과’의 표현으로 분류할 수 있겠지만,
사람은 그 말의 억양, 맥락, 침묵 사이의 무게까지 읽어낸다.
어쩌면 말보다 말의 결여에 더 많은 의미가 담겨 있는 경우도 있다.
3) 존재의식
의미는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자각,
그리고 나의 행위가 타인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도덕적·사회적 감각 위에서 형성된다.
예를 들어 ‘사랑한다’는 말은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상대와의 관계, 나의 책임, 삶의 방향성까지 포함하는 존재 선언이다.
AI는 이 모든 층위를 겪지 못한다.
그것은 감정을 느끼지 않고,
기억을 축적하지 않으며,
자기 경험을 기반으로 문장을 구성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AI가 인간의 ‘의미’를 완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개념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4. AI는 의미를 이해해야 하는가? – 인간의 몫으로 남겨야 할 것들
AI가 인간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가?
현시점에서 기술적으로는 어렵고,
철학적으로는 그럴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1) AI는 도구이지 존재가 아니다
AI는 인간의 사고를 돕고,
문장을 정리해주고,
정보를 탐색해주는 유용한 도구다.
그것은 의미를 창조하는 존재가 아니라, 의미를 조직해주는 구조자로 기능한다.
2) 의미는 인간 고유의 특권이자 책임이다
의미를 만든다는 것은,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고,
내 말의 무게를 생각하며,
상처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존재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이런 감수성과 윤리적 성찰은 AI가 아닌 인간만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3) AI가 의미를 ‘모방’하게 될수록, 인간의 책임은 커진다
AI가 점점 더 인간처럼 말하고, 위로하고, 창작할수록
우리는 그것이 ‘진짜’가 아님을 인식해야 한다.
AI의 감성 문장이 감정이 없는 시뮬레이션이라는 걸 아는 한,
우리는 AI를 진짜 이해자로 착각하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그 구분선을 계속해서 유지하려는 의식이 중요하다.
4) 인간은 의미를 잃지 않기 위해 AI와 거리 두기를 배워야 한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결국 당신의 삶, 당신의 경험, 당신의 기억이다.
AI는 그 의미를 정리해줄 수는 있어도,
그 의미를 살아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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