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규칙 기반 추론 시스템의 기본 원리와 한계
AI 기반 추론 시스템은 데이터를 단순히 저장하고 불러오는 수준을 넘어, 주어진 정보를 바탕으로 스스로 결론을 도출하거나 새로운 지식을 생성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시스템의 초석은 과거 ‘전문가 시스템(expert system)’이라 불렸던 규칙 기반 추론 시스템에서 시작되었다. 이 방식은 “IF-THEN” 구조의 규칙을 수천, 수만 개로 확장함으로써 특정 도메인 내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초기 AI 형태로 자리 잡았다. 예컨대, 의료 분야에서는 “만약 환자가 발열과 두통을 호소한다면, 감염 가능성을 의심하라”는 식의 규칙이 누적되어 진단을 내리는 데 쓰였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여러 한계에 부딪혔다. 첫째, 규칙이 많아질수록 충돌하거나 예외를 처리하기 어렵다는 ‘스케일링 문제’가 존재한다. 둘째, 명시적으로 정해진 규칙 이외의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거나 일반화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셋째, 인간 전문가가 모든 규칙을 직접 설계해야 한다는 점에서 비용과 시간이 과도하게 소요된다. 이처럼 고전적 추론 시스템은 ‘논리적 정확성’은 확보했지만, ‘확률적 유연성’이나 ‘데이터 기반 적응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게 되었고, 이는 이후 기계학습 기반 추론 구조로의 전환을 촉진하게 된다.
2. 기계학습과 베이지안 추론 – 확률 기반 추론의 도입
현대 AI 추론 시스템은 전통적 논리에서 벗어나 ‘확률적 사고’를 가능하게 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대표적으로 베이지안 네트워크(Bayesian Network)는 다양한 변수 간의 조건부 확률을 설정하여, 불확실한 상황에서의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했다. 이는 AI가 “모든 A는 B이다”라는 절대 명제를 따르기보다, “A일 확률이 70%일 때 B일 가능성은 80%”라는 식의 판단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의료 진단, 날씨 예측, 추천 시스템 등 대부분의 현대적 AI 애플리케이션이 이러한 베이지안 추론 기반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또한 머신러닝 알고리즘은 추론 과정을 정형화된 규칙으로 설계하지 않고, 데이터를 학습시킴으로써 스스로 ‘경향성’과 ‘패턴’을 도출하도록 한다. 예컨대, 고양이 사진 수천 장을 학습한 AI는 고양이의 특징을 명확히 규정하지 않아도 그것을 인식할 수 있다. 이러한 능력은 바로 ‘귀납적 추론(inductive reasoning)’의 기술적 구현이라 할 수 있다. 딥러닝 시스템은 이와 같은 확률 기반 추론을 신경망 구조 속에서 자동화하며, 연속적 데이터 흐름에서 ‘가장 그럴듯한’ 해답을 예측하게 만든다. 이로써 AI는 고전적 명제 논리에서 벗어나 실제 인간의 불완전한 사고 구조와 더 유사한 판단 방식을 갖추게 되었다.
3. 심볼릭 AI와 뉴로심볼릭 추론 – 의미 기반 구조의 융합
다만, 확률적 기계학습 방식에는 한계도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설명 가능성(explainability)’의 결여가 그것이다. AI가 내린 결론이 왜 그런지를 설명하기 어려운 이른바 ‘블랙박스 문제’는 산업계와 법적·윤리적 환경에서 큰 제약이 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다시 조명되는 것이 심볼릭 AI(Symbolic AI)와 그것을 딥러닝과 결합한 뉴로심볼릭 AI(Neuro-symbolic AI) 구조이다. 심볼릭 AI는 개념과 관계, 규칙을 명확하게 기호(symbol)로 표현하고 조작할 수 있게 하며, 논리 기반의 추론 과정 전반을 ‘사고 흐름’처럼 정리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닌다.
뉴로심볼릭 추론은 이런 심볼릭 구조에 뉴럴넷의 학습 능력을 결합하여, 데이터 기반 적응력과 개념 기반 이해력을 동시에 확보하는 데 목표를 둔다. 대표 사례로는 딥마인드의 딥큐리즌(DeepQreason) 모델이 있다. 이 시스템은 숫자나 기호 간의 관계를 학습하면서도, 그 과정을 명확히 설명할 수 있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또 다른 예로는 IBM이 개발 중인 AI 프로젝트에서 수학 문제 해결이나 퍼즐 풀이에서 ‘규칙-기반 사고’와 ‘패턴 인식 사고’를 동시에 수행하며 성능을 높이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이러한 추론 시스템은 AI가 ‘왜 그런 판단을 내렸는지’를 설명 가능하게 하며, 의료, 교육, 법률 등 고신뢰성 기반 산업에서 매우 유용하게 활용된다.
4. 차세대 AI 추론 시스템의 방향성과 철학적 고찰
AI 기반 추론 시스템이 고도화되며, 인간처럼 ‘사고’하거나 ‘판단’하는 존재로의 발전 가능성도 논의되고 있다. 예컨대 GPT 계열 언어모델은 문맥을 파악하고 다음 발화를 생성하는 데 있어, 단순한 패턴 일치 수준을 넘어 일종의 ‘의미 기반 추론’을 수행한다. 이러한 시스템은 단순한 명제 논리를 넘어 ‘은유’, ‘문맥’, ‘의도’ 등을 파악하려는 시도에서 나타나며, 인지과학의 영역과도 맞닿아 있다. AI 추론은 이제 논리적 연산을 넘어서 인간의 사고 구조와 접점을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윤리적, 철학적 문제도 함께 제기된다. AI가 추론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편견을 학습하거나, 특정 결정을 반복 학습으로 강화할 경우, 그 판단이 공정하지 않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또한, 설명 가능한 AI(Explainable AI)의 필요성과 함께, 인간이 AI의 ‘판단 근거’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인터페이스가 중요해지고 있다. 궁극적으로, AI 추론 시스템은 단순한 ‘정답 생성기’를 넘어서, 인간의 의사결정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이해 가능한 조언자’로 진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데이터의 질, 추론 메커니즘의 투명성, 그리고 인간-기계 협력에 대한 철학적 논의가 병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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