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AI와 탄소 발자국 – ‘디지털은 친환경’이라는 착각을 넘어
디지털 기술은 종종 ‘친환경적’이라는 이미지를 갖는다.
비물질적인 정보 흐름, 종이 없는 업무, 가상 공간에서의 활동은
자연스레 ‘물리적 자원 소비가 적다’는 인식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AI 산업은 다르다.
AI가 단순한 소프트웨어를 넘어, 막대한 연산 자원, 전력 소비, 하드웨어 사용을 기반으로 한 기술이라는 점에서
그 탄소 발자국은 매우 실질적이며, 규모 또한 상상 이상이다.
2023년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GPT-3 같은 대규모 언어 모델의 학습에
약 284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고 보고했다.
이는 자동차 한 대가 평생 동안 배출하는 탄소량의 20배 수준이다.
단지 ‘하나의 AI 모델’을 학습시키는 데만 이 정도의 배출이 이뤄진다는 건,
AI가 얼마나 높은 탄소 집약도를 가진 산업인지 보여주는 명확한 근거다.
더불어 AI 산업의 성장 속도를 고려하면,
앞으로 10년 안에 전체 ICT(정보통신기술) 분야의 탄소 배출량 중
AI가 차지하는 비중은 30%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렇다면, AI 생산품의 탄소 발자국은 어디서, 어떻게 발생하고 있으며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이 문제에 접근할 수 있을까?
2. 탄소 발자국이 생기는 AI의 3단계 – 학습, 실행, 하드웨어
AI 생산품의 탄소 발자국은 주로 세 가지 주요 단계에서 발생한다.
바로 모델 학습(Training), 모델 실행(Inference), 그리고 하드웨어 제조(Manufacturing) 단계다.
1) AI 모델 학습 단계
대규모 언어 모델(LLM), 비전 모델, 생성형 AI 모델 등을 학습시키기 위해서는
수천 개의 GPU가 며칠, 때로는 몇 주간 연속적으로 작동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GPU 연산 부하와 데이터센터 냉각 전력이
AI 산업 전체 탄소 배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예를 들어, GPT-3는 355억 개의 파라미터를 학습하는 데
수백 개의 NVIDIA A100 GPU가 사용되며, 약 1287 MWh의 전력을 소비한다.
이는 탄소 배출량으로 환산하면 약 550톤 이상으로 추정된다.
더욱이 GPT-4처럼 수조 개 파라미터를 가진 모델은 그 수치를 훨씬 넘어선다.
2) AI 모델 실행 단계
모델이 한번 학습된 뒤에도, 사용자 요청에 따라 지속적으로 작동하는 실행(Inference) 단계에서
또 다른 전력 소비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수백만 명이 동시에 AI 챗봇을 사용하거나
음성 인식, 이미지 생성 등을 요청하면
서버는 실시간으로 대규모 연산을 반복하게 된다.
이때 AI 모델의 크기, 사용자 수, 응답 빈도, 배포 지역 등에 따라
지속적인 전력 소비와 냉각 시스템 가동이 이어지며
사용 중에도 탄소가 축적된다.
3) AI 하드웨어 생산 및 폐기 단계
마지막으로 간과되기 쉬운 부분이 바로
AI 칩셋, 서버, 데이터센터 설비 등의 제조와 폐기 단계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이다.
GPU 하나를 생산하는 데는 알루미늄, 실리콘, 희토류, 금속 등이 필요하며,
이들의 채굴·제련·가공 과정에서도 탄소가 대량 발생한다.
또한 AI 칩의 수명은 점점 짧아지고 있으며,
새로운 아키텍처나 성능이 나오면 이전 세대 장비는 폐기되거나 업사이클링되지 않은 채 사라진다.
이처럼 AI 생태계의 전 생애주기(Lifecycle)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모두 고려해야만
진정한 ‘탄소 발자국’의 실체에 접근할 수 있다.
3. AI의 탄소 발자국 저감을 위한 전략 – 기술과 정책의 이중 해법
AI 산업의 성장을 멈출 수 없다면,
우리는 그것이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성장’하도록 방향을 재설계해야 한다.
다음은 현재 전 세계 AI 기업과 연구 기관들이 주도하는
탄소 발자국 저감 전략의 핵심 요소다.
1) 에너지 효율 중심 모델 설계 – 그린 AI
AI 개발자들은 이제 정확도뿐 아니라 에너지 효율성, 모델 경량화를 고려하는
‘그린 AI(Green AI)’ 기조를 따르고 있다.
모델 학습에 필요한 FLOPS(초당 부동소수점 연산 수)를 줄이고,
필요한 계산만 수행하는 알고리즘 최적화가 그 핵심이다.
예: Hugging Face는 ‘효율성 점수’를 도입해
모델의 성능 외에도 탄소 배출량까지 평가 항목에 포함하고 있다.
2) 재생 에너지 기반 데이터센터 전환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주요 AI 기업들은
데이터센터 운영을 위해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클라우드 인프라로 전환 중이다.
구글은 2030년까지 완전한 탄소중립 데이터센터 운영을 목표로 하며,
특정 지역에서는 이미 AI 운영 전력의 90%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있다.
3) LCA(Life Cycle Assessment) 기반 보고 체계 도입
AI 서비스가 탄소를 얼마나 배출했는지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LCA 기반 탄소 회계 시스템도 도입되고 있다.
이는 모델 훈련, 인프라 사용, 하드웨어 수명 등 전 과정을 수치화해
외부 이해관계자에게 보고하는 체계다.
4) 정책적 규제와 자율 가이드라인 동시 추진
EU의 AI Act, 미국의 AI 투명성 가이드라인 등은
AI 서비스 제공 시 에너지 사용량, 학습 방법, 윤리 기준 등을 명시적으로 밝히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IEEE, OECD, ISO 등은 AI 탄소 관련 국제 표준을 개발 중이며,
향후 AI 서비스의 탄소 레이블링 의무화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4.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 소비자, 개발자, 기업의 실천 전략
AI의 탄소 발자국은 개발자나 기업의 책임만은 아니다.
이제 우리는 기술 사용자이자 공동 결정자로서
각자의 위치에서 실질적인 행동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1) AI 서비스 사용의 책임성 인식
사용자는 AI 생성 콘텐츠, 대규모 모델 기반 서비스 사용 시
그 이면의 에너지 소비와 탄소 배출이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가능하면 경량화된 모델, 로컬 실행이 가능한 AI,
친환경 인증을 받은 플랫폼을 선택함으로써 ‘탄소 소비를 줄이는 사용자’가 될 수 있다.
2) 윤리적 AI 기업 선택과 지지
개발자와 소비자 모두, ESG를 실천하는 AI 기업을 지지하고 협력해야 한다.
예: Hugging Face, Stability AI, Cohere 등은
투명한 탄소 리포트, 그린 컴퓨팅 전략, 오픈소스 생태계 참여로
지속가능한 AI 운영에 앞장서는 기업이다.
3) 기술 교육과 공감 확산 활동
일반 사용자나 학생들에게도
AI 기술이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교육하고,
기술의 윤리적 사용법을 공유하는 커뮤니티 기반 활동이 필요하다.
이는 ‘기술의 사회적 감수성’을 높이는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다.
4) 기업의 ESG 기반 R&D 전략 수립
AI 기업은 기술 로드맵 수립 시
**‘탄소 중립 모델 개발’, ‘재생에너지 기반 서비스 배포’, ‘전 생애 탄소 관리 보고서 구축’**을 포함한
ESG 중심 전략을 우선순위로 설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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