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 미래 기술 트렌드 분석

유럽 AI 법안(AI Act) 이해하기

dohaii040603 2025. 4. 11. 21:12

1. 왜 유럽은 AI를 법으로 규제하려는가? – AI 시대의 윤리적 딜레마와 정책적 대응

2020년대 이후 생성형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은
기술의 가능성과 함께 심각한 사회적 우려도 불러왔다.
AI가 생성하는 가짜 뉴스, 감시 기술의 오남용, 알고리즘 편향으로 인한 차별,
노동 대체 문제, 프라이버시 침해, 책임 불분명성 등
사회적, 윤리적, 법적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기존의 기술 규제 방식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국면에 이르렀다.

이에 가장 빠르게 대응한 곳이 바로 **유럽연합(EU)**이다.
EU는 디지털 시장 규제와 개인정보 보호(GDPR)에서 선도적 입장을 보여온 만큼,
AI 분야에서도 인간 중심, 민주주의, 기본권 보호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2021년 세계 최초의 종합적 AI 규제 법안인 **‘AI Act(인공지능법)’**를 공식 제안하였다.

AI Act는 단순한 윤리 선언이 아니라,
**AI 기술을 리스크 기반으로 분류하고,
그 위험도에 따라 사용 범위를 제한하거나 금지하고,
책임 주체를 명확히 하는 ‘실행력 있는 법률 체계’**라는 점에서
전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이는 곧 유럽 내 기업뿐 아니라
유럽 시장에 진출하려는 글로벌 기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기준이 된다.

AI Act는 단지 “AI를 규제하겠다”는 선언을 넘어
기술이 인간과 공존하기 위한 사회적 규범을 법제화한 시도이며,
향후 전 세계 AI 법제화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AI 산업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

 

유럽 AI 법안(AI Act) 이해하기


2. AI Act의 핵심 구조 – 위험 기반 분류와 단계별 규제 시스템

AI Act는 기존의 모든 기술 법안과는 다르게,
AI의 ‘유형’이나 ‘기술 수준’보다는 ‘위험도(Risk)’를 기준으로 분류하여
그에 따른 규제 강도를 설정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는 기술의 발전 속도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다.

AI 시스템을 4단계로 분류하는 것이 핵심이다.
1. 금지 대상 AI(프로히비티드 AI)

• 인간 행동을 조종하거나 약점을 악용하는 시스템
• 사회적 신용 점수 부여(중국식 AI 감시 체계)
• 실시간 생체 감시를 통한 얼굴 인식(공공장소 내)
→ 이 AI 시스템은 유럽 전역에서 사용 자체가 금지된다.

2. 고위험 AI(High-risk AI)

• 의료, 교육, 고용, 신용 평가, 법 집행, 필수 서비스 등에 사용되는 AI
• 예: 이력서 평가 시스템, 대출 승인 알고리즘, 자율주행 시스템 등
→ 이 경우 개발자는 엄격한 투명성, 데이터 품질, 인권 보호 기준을 충족해야 하며
사용자는 정기적인 감시 및 기록 보관 의무를 갖는다.

3. 제한적 위험 AI(Limited risk)

• 챗봇, 추천 시스템 등 사용자와 상호작용하는 AI
→ 사용자는 해당 서비스가 AI 기반임을 명확히 안내받아야 하며,
잘못된 정보 제공 시 이를 수정하거나 반론할 권리가 주어진다.

4. 최소 위험 AI(Minimal risk)

• 일반적인 검색, 이메일 필터링, 음악 추천 등 일상적 AI
→ 이들 AI는 특별한 규제 없이 자유롭게 사용 가능

이러한 분류는 단순히 기술의 사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을 넘어서
어떤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어떤 절차를 따라야 하는지,
어떤 데이터를 사용해도 되는지 등 모든 요소를 단계별로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또한 AI Act는 ‘AI 정의’, ‘개발자와 사용자 간 책임 배분’,
‘위험 평가 및 신고 의무’, ‘유럽 AI 데이터베이스 구축’,
‘감시 기구 설립’ 등 기술 생태계 전반을 포괄하는 조항을 담고 있다.

결국 이 법안은 “AI는 기술이지만,
그 결과는 인간의 삶에 직접 영향을 준다”는 전제하에
사회적 통제와 법적 책임을 명확히 제도화하려는 시도인 셈이다.

3. AI Act의 주요 쟁점과 국제적 영향력 – 갈등과 가능성

AI Act는 발표 이후 유럽 내부와 외부 모두에서
다양한 논쟁과 기대, 우려를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쟁점은 다음과 같다.

① 생성형 AI(OpenAI, Anthropic, Google 등) 포함 여부
GPT, Claude, Gemini와 같은 생성형 AI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AI Act의 초안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이 기술들을
어떻게 규제에 포함시킬지가 큰 과제가 되었다.
결국 2023년 개정안에는 범용 AI(General Purpose AI) 또는 고급 AI 모델에 대해서도
별도의 보고·검사·투명성 의무가 부과되었다.
→ 기업들은 이에 대해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며 반발했지만,
EU는 “대형 언어모델은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② 기술혁신 vs 사회규범의 균형 문제
일부 스타트업과 기술 기업은 AI Act가
규제가 지나치게 엄격해 기술 개발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한다.
반면 시민사회나 인권 단체는
“AI 기술에 대한 아무런 제어 없이 확산되는 것이야말로 진짜 위험”이라고 주장한다.
→ 이는 기술 주도권을 원하는 미국 중심의 자유시장 모델과,
인권과 공공 이익을 우선하는 유럽형 규제 모델의 철학적 충돌이기도 하다.

③ 글로벌 산업에 미치는 파급력
AI Act는 EU 내 기업뿐 아니라,
유럽 시장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 세계 기업에게도 적용되며,
위반 시 최대 연매출의 7% 또는 3500만 유로에 달하는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이는 마치 GDPR이 전 세계 데이터 보호 기준이 된 것처럼,
AI Act가 글로벌 규제의 표준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④ 법 집행과 기술 속도의 불균형
AI 기술은 빠르게 진화하지만, 법안은 입법과 시행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에 따라 일부는 “AI Act가 시행될 즈음엔 이미 기술이 더 앞서 있을 것”이라며
규제 효과의 시차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갈등 속에서도 AI Act는
법적 책임성, 인간 중심 AI 개발, 위험 기반 통제 모델의 글로벌 기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OECD, G7, UN에서도 유사한 프레임워크 도입을 논의 중이다.

4. 한국과 세계가 AI Act에서 배워야 할 것들 – 규제의 본질과 미래의 기준

AI Act는 단지 유럽의 정책을 넘어
인공지능 시대의 공존을 위한 규범적 시도라는 점에서
한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게 중요한 교훈을 준다.

① 위험 기반 분류의 전략성
AI Act의 가장 큰 특징은 ‘기술’을 규제한 것이 아니라
‘기술의 결과에 따른 사회적 위험’을 기준으로 했다는 점이다.
이는 빠르게 변화하는 AI 기술을 법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유연하고도 현실적인 접근법이며,
한국의 경우에도 산업별로 정형화된 규제보다
서비스 유형, 위험도, 사회 영향력에 따른 동적 규제 구조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② 글로벌 호환성과 표준화 전략
한국은 AI 기술 개발에 있어 강점을 가진 국가이지만,
윤리 기준, 책임 구조, 데이터 보호 등 글로벌 신뢰를 위한 제도 정비는 아직 부족하다.
AI Act는 기업들이 글로벌 진출을 위해 반드시 고려해야 할 규제 환경이기에,
한국 기업도 기술만이 아니라 법적·윤리적 준비 상태를 동시에 갖추는 전략이 필요하다.

③ 기술과 인권의 균형 철학
AI Act는 “기술이 발전해도 인간의 기본권은 침해되어선 안 된다”는
명확한 철학을 바탕으로 구성되었다.
이는 단지 법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기술에 어떤 가치를 부여하느냐에 대한 선언이다.
한국은 혁신을 강조하는 동시에, AI가 차별, 배제, 편향을 강화하지 않도록 하는 철학적 기준을
제도와 정책 속에 담아내야 한다.

④ 기업의 책무성과 설계 윤리 강화
AI Act는 개발자에게 책임을 집중시킴으로써
AI를 처음 설계할 때부터 윤리, 투명성, 안전성을 기본값으로 삼도록 요구한다.
이는 “AI는 처음부터 안전하게 만들어져야 한다”는
프라이버시 설계 중심(GDPR의 Privacy by Design)과 같은 철학을 계승한 것이다.
한국도 단순히 규제 준수 차원이 아닌,
‘윤리적 기술 설계’가 기업 경쟁력이 되는 문화 조성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