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예술가들의 시선: AI와 창조성의 충돌
AI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예술계 역시 격렬한 논쟁에 휘말렸다. 특히 “창조성”이라는 인간 고유의 능력이 기계에 의해 재현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은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도전과 충격을 안겨주었다. 예술가들은 AI의 창작물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을까?
많은 전통적 예술가들은 AI가 만들어내는 이미지, 음악, 문학 작품을 ‘진정한 창조’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들은 창조성이란 단순한 데이터 조합이나 스타일 모방이 아니라, 개인의 내면적 갈등, 사회적 맥락, 철학적 사유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예를 들어, 영국의 유명 조각가 아니시 카푸어(Anish Kapoor)는 “AI는 수백만 개의 이미지를 조합할 수 있지만, 공포, 상실, 사랑 같은 인간 감정을 경험하지 못한다. 따라서 그들이 만드는 것은 예술이 아니라 시뮬레이션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반면 일부 현대 예술가들은 AI를 새로운 영감의 원천으로 받아들인다. 뉴미디어 아티스트 레프 마노비치(Lev Manovich)는 “AI는 예술의 도구이지, 예술가를 대체하는 존재가 아니다”라고 말하며, AI를 통해 인간 창조성이 확장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의 입장에서 보면, AI는 창조의 주체가 아니라 조력자이며, 인간의 감성과 사유를 더 풍부하게 표현하기 위한 새로운 언어에 가깝다.
이처럼 예술가들은 AI의 창조성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철학적 접근과 실용적 접근으로 양분된다. 전통 예술가들은 AI를 ‘창조성의 모방자’로 보며 경계하고, 혁신 지향적 예술가들은 ‘창조성의 확장자’로 보며 적극 활용한다. 이 두 입장이 교차하며 오늘날 예술계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지형도로 재편되고 있다.
2. AI와 창조성: ‘도구’인가, ‘창작자’인가
예술가들이 AI를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대한 핵심 논점 중 하나는 바로 **“AI를 도구로 볼 것인가, 창작자로 볼 것인가”**이다. 이 질문은 단순히 기술적 차원을 넘어, 예술의 본질과 창조성의 정의를 근본적으로 다시 묻게 만든다.
전통적 조형 예술가인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는 AI를 “연필이나 붓과 다를 바 없는 새로운 도구“로 본다. 그의 입장에서는, AI가 아무리 정교한 그림을 그린다 해도 그것은 인간이 명령하거나 훈련시킨 결과물일 뿐, 자발적 창조행위가 아니다. 즉, 인간이 창조적 의도를 가지고 AI라는 ‘펜’을 사용하는 것일 뿐이다.
반면, AI가 만들어낸 결과물 중 일부가 인간의 기대를 뛰어넘는 독창성을 보일 때, 예술가들은 놀라움을 느끼기도 한다. 작곡가 홀리 허던(Holly Herndon)은 “AI가 생성한 예측 불가능한 사운드 조합은 인간이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음악적 패턴을 제시한다”고 말한다. 그녀는 이러한 현상을 “인간과 기계의 공동 창조(Co-Creation)“로 본다. 즉, AI가 단순한 툴을 넘어, 인간 창의력과 상호작용하며 결과를 만들어내는 ‘창작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관점을 지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예술가들은 AI 스스로 창작의 동기나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예술 창작은 단순히 결과를 만들어내는 행위가 아니라, “왜 이걸 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과 답변의 과정이다. AI는 이 존재론적 질문을 던지거나 고민하지 않는다.
결국, AI가 창조성의 ‘촉진자’나 ‘보조자’로 역할할 수는 있어도, 창작의 주체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감정, 사유, 의식이라는 인간 고유의 특성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3. AI 창조물에 대한 예술계의 수용과 비판
현대 예술계는 AI가 만들어낸 작품들을 점점 더 자주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AI가 그린 그림이 국제 미술 공모전에서 상을 수상하거나, AI가 작곡한 음악이 음원차트에 오르는 사례도 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에 대해 예술가들은 환영과 비판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반응을 보인다.
AI 작품을 옹호하는 입장에서는 “예술의 본질은 창작자가 누구인지가 아니라, 작품이 만들어내는 경험과 감정”이라고 본다. 프랑스 출신의 디지털 아티스트 레퓨즈드(REFFUZED)는 “관객이 작품을 보고 감동했다면, 그것이 인간이든 AI이든 그 감동의 진정성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즉, 작품의 ‘출처’보다는 ‘효과’를 중시하는 관점이다.
하지만 비판적 시각을 가진 예술가들은 “AI 창작물은 진정성(authenticity)이 없다”고 강조한다. 스페인의 화가 로사 로페스(Rosa Lopez)는 “AI 작품은 정교할지 몰라도, 그 안에 인간적인 상처나 내적 갈등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녀는 기술적으로 완벽한 작품이 예술적 깊이를 보장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또한 일부 예술가들은 AI 창작물의 법적·윤리적 문제를 제기한다.
• 누가 AI 작품의 저작권을 가질 것인가?
• AI가 기존 작품을 학습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저작권 침해 문제는 어떻게 다룰 것인가?
• 인간 예술가의 고유성을 침해하는 것은 아닌가?
이런 논의들은 단순히 미학적 차원을 넘어, 예술 생태계 전체의 윤리적 기반과도 연결된다. 예술가들은 AI가 가져올 수 있는 가능성을 인지하면서도, 그 무분별한 확장과 상업화가 인간 고유의 창조성마저 대체하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4. 예술가와 AI의 미래: 협업인가, 경쟁인가?
결론적으로, 예술가들은 AI를 두려워하면서도 동시에 협업 파트너로 삼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AI를 단순히 ‘대체자’가 아니라, ‘확장 도구’로 보는 관점의 변화 덕분이다. AI는 예술적 영감을 자극하고, 기존의 창작 방식을 해체하며, 예술가들에게 새로운 표현 수단을 제공할 수 있다.
앞으로 예술계에서는 AI와 인간의 하이브리드 창작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다. 예술가들은 AI를 활용해 초현실적인 이미지를 생성하거나, 새로운 사운드를 조합하고, 기존에는 시도할 수 없던 대규모 데이터 기반 작품을 제작할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도 여전히 인간 예술가의 ‘선택’, ‘의도’, ‘감정’이 핵심 역할을 하게 된다.
AI가 아무리 진화해도,
• 상실의 고통을 시로 승화시키는 것,
• 시대의 부조리를 그림으로 고발하는 것,
• 존재 자체를 탐구하는 음악을 작곡하는 것,
이런 창작은 결국 삶을 살고, 고민하고, 사랑하고, 잃어본 인간만이 할 수 있다.
따라서 AI와 인간 예술가의 관계는 ‘경쟁’이 아니라 ’공진화(co-evolution)’가 될 가능성이 크다. AI는 예술가들에게 새로운 언어를 제공하고, 예술가는 그 언어를 사용해 다시 인간적인 의미를 새롭게 조율할 것이다. AI는 도구이자 파트너이며, 인간은 여전히 창조의 주체다.
예술가들이 말하는 AI와 창조성에 대한 다양한 논의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며, 이 과정은 단순한 기술 논쟁을 넘어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묻는 근본적 질문으로 우리를 이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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